[사이언스 칼럼]장기적 안목 갖고 예산 책정해야

 과기부의 2004년 예산요구안은 새로운 정부의 과학기술 중심 정책기조를 잘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총체적 입장에서 범부처 계획인 국가과학기술 기본계획에 근거를 두고 과학기술진흥의 주무부처로서 선도적 역할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과학기술진흥사업 예산이나 우리나라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BT·NT 등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예산상의 배려도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 촉진 등 과학기술인력 양성과 출연연구기관의 안정적 지원·육성을 위한 예산증액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다. 먼저 지방과학기술진흥 예산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방과학기술진흥예산이 전년 대비 크게 증대했다는 것은 긍정적이 일이지만 이와 같은 높은 증가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지방과학기술진흥에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방과학기술진흥예산은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그 사용처가 대단히 많으며 중앙정부가 충분한 지방과학기술예산을 확보해야 지방정부 자체의 과학기술예산의 증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증가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로 과학기술문화예산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 분야 예산은 각각의 사업에 포함돼 있지만 과학기술문화의 진흥을 별도의 항목으로 설정해 상당한 정도의 예산이 확보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동안 많은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체제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정교화돼 있는 만큼 이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보다 생산적인 과학기술진흥이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과학기술문화는 별도의 항목으로 예산이 책정돼야 할 것이며 더욱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부의 예산(안)은 국가 경제발전 동력의 향상에 주안점이 모아졌다는 느낌이 많다. 부족한 국가 예산을 사용할 곳은 많이 있을 것이나 과학기술부는 이제 과학기술을 통해 좀더 미래지향적인 국가발전 목표를 추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충분한 예산은 확보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과학기술의 부작용에 관한 연구, 환경친화적인 과학기술의 발전,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관한 연구 등을 포괄하는 별도의 예산항목이 책정돼 좀더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준비할 필요가 있었으면 한다.

 21세기는 과학기술시대며 새로운 정부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는 만큼 과학기술부가 체계적인 과학기술 진흥을 이룰 수 있도록 이에 합당한 예산안이 확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학문분야인 경영학 분야에 종사하는 필자는 항상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국민의 세금을 가장 바람직하게 활용하는 분야며 가장 낭비가 적은 분야라는 소신을 가져왔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어떤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지라도 낭비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 고여 있게 마련이며 그 투자의 효과가 다양한 분야에 확산되고 오래도록 축적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과학기술예산은 다른 분야의 예산보다 훨씬 안정적인 투자다. 이 같은 관점에서 어느 날 조간신문에서 과학기술부의 예산(안)이 이번에 제출된 전년 대비 69.1%가 아닌 169.1%가 증가됐다는 놀라운 기사를 접할 수는 없을까. 우리 사회에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신선한 충격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선양 세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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