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태원 SK(주) 회장에 대해 13일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함에 따라 재계 3위인 SK그룹의 경영권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최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로 SK그룹에 당장 어떤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하긴 하지만 SK그룹은 이미 3개월 이상을 최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손길승 회장과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황두열 SK(주)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중심이 된 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2심 재판이나 보석 등을 통해 최 회장이 출감하기 전까지는 불완전하나마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면서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강화를 통해 SK글로벌의 정상화와 정상적인 사업전개를 도모할 전망이다. 그러나 자신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 전량을 SK글로벌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은 상태긴 하지만 최 회장은 여전히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그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실제 최 회장 구속 직후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 자산운용이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의 대주주로 올라선 데서 볼 수 있듯 오너 공백으로 인한 경영권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버린을 포함해 SK글로벌에 대한 계열사 지원을 반대하는 외국계 주주와 소액주주연합회, 참여연대, 노동조합 등이 SK그룹 경영권 향배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SK(주)의 14.99%로 대주주인 소버린만 해도 SK(주) 경영진이 못미더울 경우 템플턴 자산운용이나 헤르메스 자산운용 등 비슷한 성향을 가진 외국계 주주 및 뜻을 같이 하는 소액주주들과 손을 잡고 경영진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채권단 공동관리 상태인 SK글로벌은 경영진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채권단이 경영진추천위원회를 구성, 경영진 교체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5일로 예정된 SK(주) 이사회도 중요한 변수다.
만약 SK(주) 이사회가 SK글로벌에 대한 출자전환안을 거부할 경우 채권단은 SK글로벌을 청산형 법정관리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고 SK글로벌이 청산될 경우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은 최 회장의 지분도 처분돼 SK그룹은 사실상 해체된다.
한편 법원은 13일 1심 재판에서 최태원 SK(주)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김창근 전 SK구조조정본부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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