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고물 PC를 찾아라.’
올들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에 PC품목이 새로 포함되고 환경부가 연말까지 10만대 이상의 중고PC를 회수, 처리하도록 PC업계에 의무화함에 따라 PC제조업체마다 할당받은 중고PC 물량을 확보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경부가 국내 9개 PC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시장점유율에 따라 재활용 쿼터를 부여했는데 삼성전자가 3만9000세트, 삼보컴퓨터가 2만5000세트, LG IBM은 1만1000세트의 중고PC를 각각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PC업체들이 폐품으로 쓸만한 중고PC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제품수명이 사실상 끝나는 폐PC는 연간 40만∼70만대로 추정되지만 정작 쓰레기장에 나오는 물건은 거의 없다. PC는 오래된 노후기종도 뜯어보면 쓸만한 부품이 많아 국내서 버려지는 중고PC는 대부분 민간업자들에 의해 산업용 부품으로 재생되거나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는 루트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PC제조업체들은 모자라는 재활용 PC물량을 채우기 위해 자체 대리점과 학교, 공공단체에 구형PC를 보내달라고 협조요청을 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LG IBM은 산하 PC대리점이 보유한 고장난 PC부터 수거하는 한편 다음달부터 LG전자 AS센터를 통한 중고PC 회수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도 신규 PC고객층을 대상으로 중고PC를 무상수거할 방침이나 대부분 소비자들이 중고PC를 돈을 받고 판매하는 상황에서 목표달성이 쉽지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PC제조업체들은 연말까지 정해진 재활용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벌금을 내고 기업이미지 실추까지 감내할 형편에 이르자 정부측에 적잖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중고PC가 민간차원에서 충분히 재활용되는 상황에서 굳이 EPR품목에 PC를 포함시켜 불황에 허덕이는 PC업계에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주장이다.
LG IBM의 한 관계자는 “유럽도 오는 2005년부터 폐PC를 제조자가 수거하는 법안을 시행할 예정인데 우리나라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면서 “PC제조업체들이 재활용 물량확보를 위해 유상매입을 할 수도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정부당국이 고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올해 PC재활용 사업추이를 지켜본 뒤 내년부터 PC제조업체들이 처리할 폐PC 할당량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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