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성과에 대해 말이 많다. 야당은 “밥먹은 것 이상의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절하한데 반해 여당은 ‘세계적 현안인 북핵의 불용과 평화적 해결원칙에 합의’한 외교적 성과를 치켜세운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일본의 유사법제 통과를 옹호하는 발언까지 해 파문을 일으켰다.
비슷한 시각, 한·일 IT업계에는 놀랄만한 소식이 전달됐다. 안경수 한국후지쯔 사장이 일본 본사의 등재 임원이 돼 일본을 제외한 해외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경영집행역에 임명됐다는 내용이다. 후지쯔 창사 68년 이래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안경수 사장은 대우전자와 삼성전자를 거쳐 지난 96년 한국후지쯔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만해도 국내 IT업계에선 그저 평범한 CEO로 여겨진 인물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반도체전자재료공학 박사를 따고 국내기업에선 주로 PC사업을 맡아 사실 중대형 컴퓨터업계에서 그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가 한국후지쯔와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을 파악하는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곧이어 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다. 그러나 그는 공격경영을 선언했다. 해마다 무리다 싶을 정도의 매출목표를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일본 제품을 공급하는데 따른 국내의 정서적 한계도 그가 극복해야할 몫이었다. 그리고 그는 2001년 대만후지쯔 회장과 후지쯔 아·태지역 영업부본부장에 임명되면서 보수적인 일본기업으로부터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안 사장은 국내시장을 통해 배출된 글로벌 리더다. 국내무대에서 스스로 일궈내고 또 다진 결과를 다국적 기업이 인정한 것이다. 이미 은퇴한 강병제 전 한국오라클 회장에 이어 IT업계에선 두번째 사례다. 한국EMC의 정형문 사장도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만약 이러한 안경수 사장이 정통부장관이나 소프트웨어진흥원장으로 영입된다면 어떨까. 한국MS 고현진 사장의 경우처럼 시민단체의 반발로 글로벌리더가 도마위에 오르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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