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진 3대 원장 체제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이 정식 출범한다.
KIPA는 4일 서울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단형 2대 원장의 후임으로 고현진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을 신임원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국IBM의 임원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경영인 출신인 고 사장이 SW 진흥의 핵심 정부기관인 KIPA 원장으로 선임된 것은 이제까지의 정서상 파격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고 신임원장은 “현업에 있던 사람으로 시장원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에서 높이 산 것 같다”며 “행정가보다는 실무자로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국제화, 내실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지원책을 곧 내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KIPA는 내부적으로 정통부가 선정한 9대 신사업 중 콘텐츠, 임베디드소프트웨어, 텔레매틱스 등 세 가지를 역점 사업으로 가져가 참여정부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실무지원기관으로서 적극 활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IT전문인력양성사업의 경우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에 이관하되 소프트웨어전문인력양성사업은 그대로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KIPA는 임베디드소프트웨어와 시스템온칩(SoC) 산업활성화를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 각 산하기관에 흩어져 있던 지원사업을 모아 KIPA에서 총괄 관장하기로 했다.
임베디드소프트웨어 육성사업과 관련, 고 원장은 “임베디드SW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업계 표준(de facto standard)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특히 세계 수준의 네트워크 환경이나 이동통신 환경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앞서있는 통신장비와 이동단말기 분야에서 임베디드소프트웨어 표준을 개발할 경우 이를 국제표준으로 자리잡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국MS 대표 시절부터 줄곧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사업 육성을 강조해온 고 원장의 성향을 감안할 때 고 원장체제의 KIPA는 국내 중소SW·솔루션업체들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SW 및 콘텐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리눅스로 대표되는 공개SW활성화(오픈소스)에 있어서도 KIPA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MS 대표이사로 반 오픈소스 진영의 선봉에 있던 고 신임원장이 공개SW활성화 정책 추진기관의 사령탑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일부의 우려도 설득력을 갖는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고 원장은 “오픈소스의 최대 경쟁자가 MS라면 MS의 장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내가 누구보다도 오픈소스를 잘 살릴 수 있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국익에 우선해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의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진보네트워크센터, 문화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5개 시민사회단체는 4일 성명을 내고 “대표적인 다국적 독점 기업인 MS의 한국지사 사장에게 국내 SW산업의 진흥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기는 것은 국내 소프트웨어의 독립적인 기반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중립적이며 공공 정책에 대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새 원장으로 선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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