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과기팀이 출범 100일을 맞았다. 아직까지는 기존 과학기술 시스템의 수술과 새로운 과학기술 육성책을 도입하기 위해 열심히 ‘학습중’이란 평이다. 하지만 새 과기팀 출범 이후 과학기술계 전반에 결코 잔잔하지만은 않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마위에 오른 PBS제도=PBS제도에 대해선 과기계 대다수가 개선 내지는 폐지를 주장해왔다. 참여정부 출범전 인수위에 활동한 박기영 순천대 교수 역시 최근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연합회가 주최한 ‘출연연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에 참석, “PBS 아래에서 출연연은 기관의 핵심역량을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연구비 확보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과학기술 관련 정부출연연에 기획예산처를 통해 직접 지원되는 예산은 19개 평균 30∼40% 수준이다. 이는 곧 나머지 60∼70%를 정부든 어디든 가릴 것 없이 벌어서 써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구원들이 본업인 연구활동보다는 연구과제 수주에 상당 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살 수 있다”며 “마치 ‘앵벌이’가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연구과제를 경쟁적으로 수주하다보니 연구원 1명이 3∼5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경우까지 발생, 연구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연히 산업발전에 자양분을 제공해야 할 출연연들이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리는 중장기 기초연구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권 차관의 PBS제도 전면개편 내지는 철폐에 대해 출연연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아직 결론을 내린 상황은 아니지만 PBS를 도마위에 올려놓은 이상 최소한의 제도개선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특히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적어도 PBS에 의한 비용의 부담을 50% 이하로 줄어줘야 연구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참여정부가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도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발선에 선 과학기술 중심사회=부처간 업무 및 연구개발 부문의 중복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종합 조정기능을 강화한 것도 두드러진 점이다. 국과위의 공정성, 객관성을 보완하기 위해 국과위 산하에 ‘기획조정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김태유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국과위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참여정부 과기팀은 이와 함께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란 국정목표 달성에 주안점을 두고 전략적 추진 기반 마련을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과학기술중심사회 기획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동북아 R&D구축=과기부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한국 특유의 기술발전단계를 적절히 활용, ‘동북아 과학기술협력체’ 구축을 주도한다는 전략아래 이미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TF팀이 구성,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에 설치한 한·중·일 과학기술협력국장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대덕을 시작으로 국제 수준의 R&DB특구 지정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파스퇴르, 카벤디쉬 등 해외 선진 R&D센터 유치도 활발하다. 그럼에도 불구, 중국·일본 등에 비해 기초과학기술력과 연구환경이 취약한 것이 한계란 지적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줄 것보다는 받을 것이 많은 우리 과학기술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동북아 R&D허브 구축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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