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업계, 기술 유출 단속 비상령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내 LCD산업에 인력 및 기술 유출 비상령이 내렸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이종환)는 3일 액정표시장치(LCD) 제조 핵심기술을 중국 업체에 유출하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국내 LCD제조·수출업체 A사 직원 황 모씨(32)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로부터 제조기술 자료를 넘겨받아 중국에 유출하려던 B사 대표 김 모씨(34)를 같은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 등 LCD제조·수출업체 A사 직원 2명은 2002년 10월부터 김씨로부터 고액연봉 제의를 받고 A사 보유 국내 컬러STN LCD(보급형 컬러 액정표시장치) 설계도면 일부를 CD로 복사해 B사 실장 박 모씨(구속·35)에게 넘겨준 혐의다.

 김씨는 A사에 근무하다가 지난 98년 2월 퇴직한 이듬해 10월 B사를 설립해 중국 C사의 한국대리점 역할을 하면서 A사 직원 박씨를 간부로 영입, C사에 넘겨줄 핵심기술을 빼낼 방법을 모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 등은 기술자료를 넘겨준 뒤 지난 5월 초 A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국준비를 하던 중 검찰에 검거됐다.

 사건을 수사한 남상봉 검사는 “피해회사가 해당기술 개발에 직접 투입한 개발비만 56억원에 이르고 중국 회사가 기술을 넘겨받아 6개월 내 제품을 양산할 경우 직접 수출피액액만 346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올해 2조3000억원 규모의 세계 컬러STN LCD시장에서 다른 국내 제조회사에도 심각한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TFT LCD분야에서도 해외 경쟁업체들의 기술인력 스카우트 움직임이 거세, 국내 기술 유출 우려가 더욱 높다.

 LG필립스LCD는 지난해 말 대만 등 동종업계에서 자사의 5세대 라인 엔지니어를 거액에 스카우트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해 이를 무산시켰으며, 삼성전자도 마찬가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만 일부 LCD업체가 핵심공정에 근무하는 국내 과장급 엔지니어를 국내 연봉보다 3배 이상 많은 1억5000만원 정도의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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