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SK그룹이 SK(주) 출자전환 규모에 합의하면서 SK글로벌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일단 회생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청산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양측이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SK글로벌 사태가 어렵사리 해결의 물꼬를 마련한 셈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청산론이 득세했던 채권단은 3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SK글로벌 정상화 지원에 원칙적 공감대를 확인했고 때 맞춰 SK그룹도 자체 구조조정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시하며 정상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그러나 에비타(EBITDA)의 확보 여부, 해외채권단 개별행동 조짐, 채권단 손실분담 문제, 채권단 손실분담 등 각론에 들어가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견해차가 심해 실제 정상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이에 앞서 SK글로벌은 이날 오후 채권단에 제출한 SK글로벌 구조조정계획안을 통해 네트워크 사업을 비롯한 단말기, 컴퓨터시스템 유통사업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중심기업으로 변신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회생’ 판정을 전제로 한 이 계획안에서 SK글로벌은 향후 사업구조를 △정보통신 유통 및 서비스 통합사업 △석유제품 판매 네트워크 부가사업 △산업재 중심의 전문 글로벌 트레이딩 △브랜드 중심의 패션유통사업 등으로 재편, 강화하기로 했다. SK는 이같은 구조조정을 위해 서비스 진화와 고객증가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전용회선망사업을 비롯한 정보통신 분야의 사업비중은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네트워크 사업은 데이터 중심의 통신수요 급증으로 2005년에는 2443억원, 2007년에는 2947억 수준의 에비타를 창출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SK글로벌은 지난해 3476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향후 5년 동안 2794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6270억원을 투자해 전용회선망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또 단말기와 컴퓨터시스템 유통사업에서도 2005년 786억원의 에비타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단말기 유통사업자라는 시장 위상과 향후 단말기 보급률 증대 추이를 고려할 때 이같은 목표는 충분히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SK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판매부문은 연평균 758억원 수준의 에비타를 실현하는 한편, 트레이딩 부문 중 기여도가 높지 않은 해외법인과 지사는 폐쇄할 계획이며 사업개발본부조직도 단말기 및 통신장비 수출입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리할 예정이다.
이밖에 SK텔레콤 보유지분 140여만주와 SK가스·SK증권 등 관계사 주식 및 포스코 주식 28만여주를 비롯한 투자유가증권을 전량 매각해 959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또 신문로 사옥 임대보증금 회수 517억원과 부산사옥, 선혜원 등 부동산과 기타 자산매각을 통해 올해 안에 약 970억원의 현금을 창출하기로 했다. SK글로벌은 이같은 자산매각을 바탕으로 오는 2005년 매출 17조원, 에비타 4570억원의 우량기업으로 변신, 부채탕감과 공적자금 투입 없이 자체 구조조정과 영업수익성 제고를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할 계획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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