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잇따른 기업 스캔들에 불만을 품고 기업들에 변화할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 투자자의 주요 무기는 투자자들의 발언권을 높여주고 기업의 지나친 행동을 막으면서 기업의 주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주주 제안활동’,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인 휴렛패커드(HP)를 비롯해 애플컴퓨터, 야후, 인텔 등 미 전역의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공공 연·기금, 노조, 강력한 기관투자가로 구성된 연합회 등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일부 주주 제안활동은 기업들로 하여금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거나 중역들의 보수를 회사의 실적과 보다 긴밀하게 연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나 회사 경영자에게 퇴직 프로그램 등을 채택하기 전에 주주들과 보다 긴밀하게 논의할 것을 주문한다.
최근 주주들이 반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애플컴퓨터 주주들은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달 표결을 통해 스톡옵션 비용을 이익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제안을 승인했다. △HP 주주들은 지난달 경영진의 권고를 무시하고 회사로 하여금 중역들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줄 경우 주주들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제안을 통과시켰다. △AOL타임워너도 최근 스티브 케이스 전 회장 등 일부 이사들의 재선임을 반대하는 대주주들의 반란에 직면했다.
주주권익 옹호자들은 기업개혁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영속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캘리포니아주 대형 공직자 연·기금 두 곳에서 이사로 있는 필 안젤리드 캘리포니아주 회계책임자는 “이는 개별적인 규정이나 과정을 수정하는 차원이 아니다”면서 “기업의 가치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투자자책임연구센터(IRRC)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주주들은 현 주총시즌에 총 765건의 지배구조 관련 제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의 529건, 2001년의 500건에 비해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주주 표결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ISS 패트릭 맥건 홍보담당자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71건의 주주제안이 통과됐다면서 이 수치가 150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주들은 2000년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엔론, 월드컴 등과 같은 기업들이 장부를 조작하고 비리를 저질러 종업원 연·기금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 더욱 격분했다.
경영자들은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고 주가가 하락하면 인원정리를 통해 비용을 줄였다. 이 같은 감원은 많은 경우 중역들로 하여금 실적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 이들이 거액의 상여금을 챙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이는 대형 노조들을 분노케 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지난해 7월 사반스-옥슬리법을 승인했다. 이 법에 따라 중역들에 대한 대출이 금지된 것은 물론 새로운 회계감독위원회가 설립됐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다른 규정들을 만들기에 나섰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도 각각 개혁방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개혁방안들은 아직 SE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이 같이 더딘 변화의 속도는 일부 대형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따라서 미국 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서 제안과 (사업계획에 대한) 표결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투자자들의 제안활동이 경영진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인텔 주주들은 전미 목수가구업자연합이 스톡옵션 시행에 따른 비용을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안건을 놓고 격론 끝에 표결에 부쳐 절반이 넘는 주주(52.45%)들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국제 많이 본 뉴스
-
1
공중화장실 휴지에 '이 자국'있다면...“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
2
“인도서 또”… 女 관광객 집단 성폭행, 동행한 남성은 익사
-
3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체포…ICC 체포영장 집행
-
4
“하늘을 나는 선박 곧 나온다”…씨글라이더, 1차 테스트 완료 [숏폼]
-
5
중국 동물원의 '뚱보 흑표범' 논란? [숏폼]
-
6
가스관 통해 우크라 급습하는 러 특수부대 [숏폼]
-
7
“체중에 짓눌려 온몸에 멍이” … 튀르키예 정부도 경고한 '먹방'
-
8
애플, 스마트홈 허브 출시 미룬다… “시리 개편 지연”
-
9
틱톡 미국에 진짜 팔리나… 트럼프 “틱톡 매각, 4곳과 협상 중”
-
10
'Bye-Bye' 한마디 남기고....반려견 버린 비정한 주인 [숏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