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정보화의 홍역

 정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보완 후 시행방침을 다시 뒤집었다. “기존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으로 되돌아가기 어렵다”는 윤덕홍 부총리의 지난 주말 발언이 “NEIS의 3개 핵심영역 전면 재검토”로 바뀌었다. 이를 놓고 정부가 이익집단의 힘에 또다시 눌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애써 자제하고자 한다. 당장 우리나라 교육정보화시스템의 파행운영이 불가피하고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대로라면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등 3개 영역에 대해 고3의 경우 올해 대학입시 차질을 감안해 NEIS를 시행하고 고2 이하는 내년 2월까지 이전 체제로 운영된다. 대신 새 정보위원회를 구성해 인권침해 여부와 관련 법률 보완 등의 작업을 연말까지 완료, NEIS의 재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당분간 NEIS와 CS를 함께 운영하는 기형적인 교무업무를 일선 학교에선 감내해야할 판이다.

 NEIS와 CS의 병행은 현실적으로 많은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선 고2 이하의 학생들에 대한 교무업무(3개 영역)는 당분간 CS나 단독컴퓨터(SA), 수기 등으로 회귀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초·중·고교의 97%가 이미 CS사용을 중단하고 NEIS로 전환했다. CS복구의 경우 NEIS에서 이관하는데 따른 프로그램 개발에만 몇개월이 소요되고, 취약한 보안체계를 보완하려면 최대 2조원 이상의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한다. 지금으로선 일선 교사들이 원시적이고 번거롭지만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해괴한 일이 눈앞에 펼쳐진 셈이다.

 이들 3개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24개 영역을 NEIS로 운영하는 것도 문제다. 학생들의 성적관리는 수기로 처리하고 학교예산이나 급여, 민원 등의 업무는 NEIS로 운영하는데 따른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침도 없는 상황이다.

 또 연말에 NEIS는 24개 영역, CS는 3개 영역 등으로 각각 별도 운영키로 결정날 경우에는 그야말로 정보화 일등 국가의 치부를 대내외에 드러내게 된다. 521억원(NEIS)을 들여 절름발이 NEIS를 운영하는 한편으로 2조원 이상을 다시 투입해 CS의 취약점을 보완해야만 하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도 뒤따른다. CS를 포기하는 대신에 3개 영역을 교사 개인의 컴퓨터나 수기로 처리할 경우 교육정보화는 더 우스꽝스런 모습이 될 것이다.  

 결국 NEIS는 시행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NEIS는 CS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보안성이 우수하다. 다만 데이터가 한곳에 집중되는데 따른 해킹 위험성이 우려된다. NEIS에 대한 인권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해킹 위험성 때문이다. 따라서 NEIS를 시행하되 철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동시에 시스템적으로 인권침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무한의 책임을 수반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 시간을 벌어보자는 것이라면 교육정보화 과정에서 나타난 이같은 비싼 수업료가 의미를 잃게 된다. 교육정보화가 향후 국가정보화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이상 일선 학교는 물론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방황하지 않도록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할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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