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라는 용어는 참으로 애매한 것 같다.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IT라는 말이 자리잡을 때 IT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로 통용됐다. 이는 정보화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유무형 기술과 수단을 아우르고 뜻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터넷, 멀티미디어, 경영혁신, 행정쇄신 등 정보화 수단에 필요한 유무형의 기술을 망라한다. 기존의 제조업이 직접적인 유형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IT는 간접적인 가치 창출에 무게를 두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로 소개됐다.
그런 IT의 뜻이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은 반도체를 IT에 포함시키면서다. 지금은 ‘반도체=IT’로 자연스럽게 인식되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수출을 대표하는 제조업 제품이 반도체였다. 요즘에는 IT가 ‘정보통신(Information Telecommunication)’과 구별없이 혼용되기도 한다. IT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성숙된 후에도 그 융합환경을 대표하는 중심 용어가 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IT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과 밀접하게 연동되면서 우리 생활속에 살아 숨쉬는 툴로 자리잡을 게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IT학’이 정립된다면 어떨까. 얼마전 공직에서 물러나 고대 석좌교수로 변신한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이 IT학에 도전장을 냈다. 고대 교수를 비롯한 20여명의 학자들과 함께 IT의 학문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욕에 넘쳐있다. 이미 우리 생활의 중심에 IT가 깊숙이 파고들었는데도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IT학이 정립되지 않아 늘 아쉬웠다는 그의 염원이 이번 기회에 이뤄진다면 단순히 개인의 영예에 머물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이 IT의 학문체계를 세운 최초의 국가로 기록됨은 물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한차원 높아질 것이다. 요즘처럼 IT경기가 바닥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을 때에는 특히 이런 소식이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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