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넷마블 방준혁 사장(1)

지난해 넷마블이 실적을 발표하자 언론에서는 경쟁적으로 나를 ‘게임업계의 기린아’ 혹은 ‘신데렐라’라며 추켜세웠다.

 2001년까지 적자를 내며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 의구심의 눈으로 지켜 보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닐 수 없었다. 나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달라진 것은 2002년 게임포털 유료화를 시작한 첫 해 27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80억원, 순이익 152억원이라는 경이적인 경영성과를 낸 것이 주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언론에서 나를 마치 ‘행운의 사나이’로 집중 조명할 때 나는 오히려 지난날의 많은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현재의 결과만을 갖고 넷마블과 나를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그 뒤안길에는 잠 못 이루었던 수많은 날들과 가슴 떨리던 고뇌의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넷마블은 벤처 암흑기인 2000년 3월에 설립돼 투자유치 없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련과 난관에 부딪히면서도 잘 극복해 왔다. 오늘이 있기까지는 회원을 중요시하는 ‘서비스경영’과 고효율 고수익 중심의 ‘가치경영’, 모두에게 존중받겠다는 ‘투명경영’의 세 가지 경영원칙이 있었고 직원들이 이를 잘 따라와 준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넷마블은 조그만 게임 개발사로 시작해 현재 50개가 넘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포털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내 계획은 넷마블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키우는 것이다.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콘텐츠에 영화, 아바타, 채팅, 음악, 만화, 커뮤니티, 쇼핑 등을 추가 서비스하며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변신하고 있다.

 현재의 넷마블이 있기까지에는 여러 밤을 뜬 눈으로 지새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야 하는 외로운 결단의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 때마다 직원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려보고 또 가족의 얼굴을 기억해 내며 고민해야 했다.

 안정된 회사의 CEO로 내정된 상태에서 조그만 게임업체의 CEO로 마음을 돌렸던 순간. 업계 최초로 ‘온라인게임의 웹퍼블리싱’ 모델을 선보이며 게임업계에 새로운 수익모델로 정착시킨 일.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에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며 계열사 편입을 감행했던 순간. 지난해 실적에 따른 30억원이 넘는 경영성과급을 직원들과 나누기로 결정했던 순간.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 엔터테인먼트 포털 진출로 사업방향을 정한 지금. 마지막으로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로 편입한 지 만 1년반 만에 모기업과의 합병을 추진하며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로 앉기까지.

 지나간 순간순간을 돌이켜 볼 때 어려웠던 기억들이 오히려 뜻깊은 추억으로 남아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리고 넷마블의 CEO를 맡고 있는 한 앞으로도 중요한 결단의 순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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