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매매보호 서비스를 의미하는 ‘에스크로(Escrow)’가 하반기부터 국내에서도 폭넓게 확산될 전망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 97년 미국에서 도입된 ‘아이에스크로’가 시초이며 국내에서는 인터넷경매 전문인 옥션이 지난 2000년에 도입,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권과 지불업체가 잇따라 이 서비스를 선보이는 상황이다. 금융권이 이 서비스에 적극 나서는 것은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부동산 등 일반 오프라인, 비대면 거래인 홈쇼핑분야까지 서비스가 확대될 때를 대비하자는 포석이다. 특히 에스크로를 기반해 결제시 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선보여 새로운 수익기반으로 부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에스크로 시장은 이미 솔루션을 확보한 옥션과 같은 경매업체, 우리은행 등 금융사, 한국사이버페이먼트 등 솔루션업체가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 활성화 배경=에스크로 제도가 관심이 높은 것은 공정위의 전자상거래 법 개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민주당 박병석 의원 발의를 통해 이미 개정(안)을 임시국회에 상정한 상황이다. 공정위가 발의한 안에 따르면 쇼핑몰업체는 에스크로와 함께 공제조합이나 보증보험 가운데 하나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개정안을 두고 전자상거래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지만 공정위 입장이 워낙 확고해 기본 골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만약 임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업체는 의무적으로 추가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에스크로 제도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다른 제도에 비해 가장 현실성이 있으며 그나마 업체의 추가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업체가 수수료를 판매자에 부가한다면 사업성도 충분히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에스크로의 함정=에스크로를 통해 전자상거래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판매자는 불편한 거래절차를 감수하고 구매자도 솔루션 구축 등 추가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 판매자든, 구매자든 누가 수수료를 부담할 지에 대한 문제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걸림돌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작정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시행착오 등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 업체의 반발이 워낙 거세고 법이 통과되더라도 사업자의 공신력, 구매자의 구매승인 지연, 영세한 판매자의 자금유동성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이 어려운 과제로 남는다.
◇에스크로제도란=에스크로란 법률용어로 특정물을 3자에게 기탁하고 일정한 조건이 충족된 경우 상대방에게 교부할 것을 약속하는 ‘조건부 양도증서’를 말한다. 주로 부동산거래에서 쓰였으며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에서도 ‘매매보호’라는 이름으로 사용돼 왔다. 에스크로 서비스는 구매자가 상품을 받아 본 뒤 일정 조건이 경과할 때까지 에스크로 사업자가 거래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판매자에게 거래대금을 정산해 준다. 만약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업자가 거래대금을 구매자에게 다시 환불해 줘 구매자는 안심하고 거래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또 판매자 입장에서도 후불제를 했을 경우 구매자에게 채권추심을 하는 등의 각종 위험과 비용을 절감해 안심하게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구매자와 판매자 양측을 전자상거래상의 피해사고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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