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도 이젠 `디자인 시대`

 21세기 들어 의료기기산업에서 제품 성능과 가격은 기본이다. 이젠 제품 디자인이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 고객만족을 위해 정보화·고급화 등 선진화된 환경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섬에 따라 의료기기산업에도 이에 걸맞은 외관·기능 측면의 디자인 중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록 일반 상품처럼 디자인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진 않지만 의료기기의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미려함은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이는 예전과 달리 의료기기 디자인이 고객의 구매의사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브라운 등 유수 업체는 특허등록을 통해 경쟁업체 또는 후발업체를 견제하는 하나의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또 이탈리아 에사오테, 독일 지멘스 등은 과거 화이트·그레이·아이보리 등 단조로운 색상 위주에서 탈피, 블루·그린 등 산뜻한 색상을 띤 획기적인 초음파영상진단기 등을 선보이며 고객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GE는 테이블을 이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모델 시그나인피니티)를 최근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테이블을 ‘뗐다 붙였다’ 함으로써 환자들은 테이블 위에 누운 채 MRI 진단실에서 바로 응급실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의료기기 전문디자인업체 시내손의 김기영 사장은 “디자인이 의료기기 구매에 미치는 것을 정확히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세계시장의 구매 트렌드 중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산부인과용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색상을 띤 디자인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모방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외메디칼은 1년 주기로 인큐베이터의 디자인을 재설계하고 있다. 일본·독일 등 선진업체 제품을 분석한 후 세련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반영하고 있다. 바이오스페이스는 굿디자인(GD) 마크를 획득할 정도로 체성분분석기 디자인에 신경을 쓴 덕분에 내수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허청 황정현 심사관은 “지난 96년부터 작년 말까지 국내 업체들의 의장등록 출원은 7000여건에 달한다”며 “연도별 추이를 파악 중이며 의료기기업체들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휴비딕의 한 관계자는 “모 업체가 귓속형 체온계의 금형까지 제작했다가 외국 업체가 디자인 특허침해를 문제삼자 결국 포기한 사례가 있다”며 “의료시장에서 디자인이 후발업체의 시장진입을 막고 고유시장을 방어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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