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대란 부산항 르포

 화물연대의 파업이 6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부산항 부두 가운데 두번째 규모인 제5부두(일명 자승대 컨테이너터미널), 일명 허치슨 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물류대란에 따른 동맥경화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기자가 오후 4시께 이곳에 도착한 도로 반대편에는 매 시간 쉴새없이 들락날락하던 트레일러의 행렬이 뜸한 모습이었다. 5부두에서 나오는 길에서는 마침 군트레일러가 컨테이너를 싣고 물류창고를 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부두에서는 파업의 결과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입항한 배주변으로 50m 위에 높이 솟은 갠트리크레인에서 일하는 비노조원 4∼5명이 부지런히 컨테이너를 수출선박에 선적하고 있었다.

 이 부두에서는 이번 사태이후 컨테이너가 해외로 출하되지 않아 말그대로 컨테이너 야드라 불리는 야적장에 놓여있었다. 또 해외에서 들어온 선박에서 천천히 내려지는 컨테이너는 수출될 야적컨테이너와 함께 뒤섞여 이미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현장의 모습은 컨테이너 장치장의 능력을 초과한 모습으로 말그대로 물류의 정지상태에 다름이 아니었다.

 컨테이너부두에서 만난 홍콩계 부두운영업체 허치슨에서 일하는 하역 관계자는 “5부두가 다른 부두보다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파업이 종료되더라도 컨테이너 적체를 해소하고 부두 정상화까지는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산업활동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업전 같으면 입구에서 트랜스포크레인까지 500m 거리에 화물차가 죽밀려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띄엄띄엄 오가는 트럭을 가리키며 정지된 물류의 모습을 상기시켜주었다.

 이곳에는 “현재 비상수송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2∼3일 정도 업종별 분위기를 파악하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개별업체의 수출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업종별 실태와 애로사항 등을 조사해 관련기관에 대책마련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에도 긴급투입된 국군수송사령부 소속 트레일러가 컨테이너를 어디론가 수송하면서 야적장 체증에 의한 물류동맥 경화에 대비하고 있었다. 또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트레일러와 부두내 야드트렉터를 동원해 부산항에 적체된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등 긴급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이날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이 강행됨에 따라 13일 조사부 내 6명의 직원으로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가동에 들어갔다.

 부산상의 홍보실 관계자는 “대책반원들은 수송·수출·내수·선사 및 항만 등 관련 분야별로 현지 방문조사 등을 통해 업체의 애로사항과 피해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고 말했다.

 부산항부두는 파업으로 항만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부산항 물동량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환적화물 처리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으며 국내외 일부 선사들이 기항지를 변경하거나 부산항의 대외 신뢰도가 추락해 외국선사가 상하이항 등 경쟁항만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부산항의 기능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부산항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LG전자 창원공장과 경남 마산자유무역지역내 업체들은 수출물량을 제때 선적하지 못해 클레임을 받게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LG전자 창원공장 등 부산을 교역기지로 이용하고 있는 가전업계들도 비상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내수용 중심으로 생산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해 철도로 수송하고 있으며 일부 수출물량은 창고에 적재하는 등 생산중단의 직접적인 피해는 아직 없다”면서도 “화물연대의 파업이 조속히 해결돼 부산항의 기능이 빠른 기간내에 회복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3위의 컨테이너 중심항인 부산항은 수출입화물의 40%, 컨테이너화물의 80%, 환적화물의 99%를 처리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항만이다.

 <부산=윤승원기자 sw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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