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터너 부회장, AOL타임워너 결별

 CNN의 창업자로 CNN이 AOL타임워너에 흡수된 후 이 그룹의 부회장을 맡아온 테드 터너(65)는 “회사에 역겨움을 느낀다”면서 퇴진의사를 밝혔다.

 터너는 AOL타임워너 계열 ‘포천’ 최신호(12일자)에서 “AOL타임워너의 주가폭락으로 수십억달러의 재산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포천은 터너가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퇴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퇴진 이유에 대해서는 “CNN 최고경영진 교체시 협의조차 받지 않은 것이 퇴진을 결심한 결정적 사유”라고 전했지만 더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터너는 자신의 ‘CNN 제국’을 AOL타임워너에 넘긴 후 “당시의 제럴드 레빈 최고경영자(CEO)를 너무 믿은 게 최대의 잘못”이라고 토로했다.

 포천은 터너가 보유한 AOL타임워너 주식 가치가 지난 2000년 초 107억달러가량이던 것이 주가 폭락으로 14억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면서 그가 그 사이에 주식을 일부 매각하기는 했으나 자산 순손실 규모가 85억달러라고 추계했다. 터너도 “유동자산의 90% 이상이 AOL타임워너 주식이었다”면서 “경영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회사 주식에 이처럼 많은 부를 방치했던 멍청이가 나 말고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판단착오를 시인했다.

 터너는 앞서 퇴진의사를 표명한 후 AOL타임워너 지분 500만달러어치 이상을 매각했으며 최근에도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보유 주식의 절반이 넘는 6000만주(1000만주는 사회봉사단체에 헌납)를 매각해 7억8400만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은 터너가 현재 확보하고 있는 자산이 76만8000㏊의 토지와 현금을 포함해 모두 20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는 별도로 유엔에 기부한 6억달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번에 AOL타임워너 주식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신중하고 안전하게 재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천은 터너가 이 돈으로 채권과 주식을 매입하고 토지도 더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그룹인 몬태나그릴에도 최소한 4000만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밖에 이라크전쟁 보도 시청률에서 CNN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는 폭스뉴스 소유주인 언론재벌 루퍼드 머독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독설을 내뱉었다.

 터너는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레트 버틀러가 찰스톤에서 새 인생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선 것과 같은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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