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전문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3자(북·미·중) 회담에 중국 대표단장으로 참석한 여성이 있다.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인 푸잉(50)이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띠고 회담장에 들어섰다. 회담의 성격상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외교부 대변인인 장치웨와 더불어 중국외교를 대표하는 여걸 중 한 사람이다.

 푸잉의 경력을 보면 현재의 그녀를 짐작케한다. 지난 92년 1년여간 캄보디아 평화유지 업무를 하고 인도네시아 참사관을 거쳐 99년 필리핀 대사로 발령났을 때, 그녀에겐 최연소 여성대사이자 중국 최초의 소수민족 출신(내몽고) 여성대사라는 타이틀이 붙어졌다. 베이징외국어대를 졸업한 후 루마니아대사관에서 외교관 경력을 쌓은 그녀는 귀국한 뒤 82년부터 덩샤오핑을 비롯한 최고 지도자들의 영어통역을 소화해내기도 했다. 문화혁명 당시 내몽고에서 3년간 굶주림과 체력의 한계를 극복한 경험의 결과다.

 중국 외교가에선 그녀를 ‘부드러운 미소와 냉철함이 조화를 이루는 여장부’로 평가한다. 외교할 때에는 절대 자국을 비판하지 않지만 사석에선 중국의 실정을 거침없이 비판한다고 한다. 지금 중국에선 그녀를 차기 외교부장감으로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거대한 중국을 움직이는 힘이 느껴진다.

 우리도 인재는 많다. 그러나 인재를 국제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전문가로 육성하지 않는 게 흠이다. IT외교만 해도 여러명의 정통부 장관이 중국의 한 신식산업부장과 테이블에 마주 앉는 실정이다. 중국 신식산업부장은 1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2년이 멀다하고 교체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참여정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장관의 임기는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하겠다”는 말을 다시 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발 이번만은 대통령 임기내 한 번도 교체되지 않는 전문가 장관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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