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클린경영` 정착할까

 최근 일선 산업계에서 ‘윤리경영’ 바람이 거센 가운데 공룡기업 한국전력공사의 ‘클린경영’ 선언이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자산은 90조9000억원으로 단연 국내 최대. 이는 2위인 삼성에 비해 무려 18조원이나 많은 액수다. 살림살이가 큰 만큼 잡음도 많다. 지난해 한전의 전체 조달규모는 구매·공사·용역 등에서 총 4조647억원. 이에 따른 협력업체만도 총 1175개사에 달한다. 한전은 업무특성상 공익적 대민활동이 빈번하다. 전기기기 및 발전설비 관련 자재수주건 등도 많아 각종 납품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곳이 한전이다.

 그만큼 한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지난달 부패방지위원회가 발표한 ‘정부부처 및 공기업 청렴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전은 71개 조사대상 기관 중 최하위권인 69위에 머물렀을 정도다.

 이에 한전은 지난달 15일 ‘윤리경영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비리자의 신상을 일정기간 공개하는 ‘옐로카드제’ 도입을 비롯한 각종 윤리경영 실천강령을 천명했다. 이 자리에서 강동석 한전 사장은 “때만 되면 업자들 옆구리 쳐 돈 갖고오게 하고, 부하들 볶아 고스톱판이나 벌인다”며 한전의 조직문화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강 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며칠 뒤인 29일 한전 최고경영진 전원과 대림산업 등 30여명의 협력업체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청렴계약제’의 본격 시행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는 향후 협력업체들이 한전과 구매·공사·용역 등의 계약시 ‘청렴계약’이라는 특수조건에 동의토록 해 뇌물제공시 △계약해지 및 입찰참가제한 △국가계약법상 최장 제재기간 적용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전은 자사 계약·시공부서 직원에 대해서도 청렴계약 이행각서를 요구, 비리직원에 대해 징계 이외의 보직해임 등 인사조치와 관련 상급자의 연대책임 등도 강화했다.

 이에 대해 전기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육성품목 등을 빙자한 자기 식구 챙기기식 수주, 특정학교 출신 인사들의 암묵적 카르텔 형성 등 수십년 뿌리깊은 한전의 납품관행이 강 사장 한사람의 고군분투로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고위관계자는 “윤리경영 실천은 시기상 성패여부에 따라 민영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끼친다”며 “자체 윤리경영이 조직 내부에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민영화 반대 논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