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통부 `IT경기 살리기`

 정보통신부가 IT분야 재정 조기집행 등 IT 경기 진작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이라크전쟁이 조기에 종결됨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에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라는 복병이 새롭게 등장해 침체된 IT경기가 더욱 수렁으로 빠지는 등 정부로서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경련 등 경제 5단체가 최근 ‘현 경기침체를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라고 진단할 정도로 우리경제는 지금 무척 어려운 형국이다. 거시지표는 물론 실물경제 동향 또한 엉망이다. 기업들은 재고가 쌓여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투자 심리마저 얼어붙어 있다. 사스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지역의 내수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전쟁이 조기에 종결됐지만 올해의 세계경제는 당초 전망보다 우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경기가 활력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국내경제를 더 이상 침체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임에 틀림없다. IT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9%에 이른다. 그만큼 IT경기가 국내 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IT경기 진작에 나서는 것은 우리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통부의 경기 진작 방안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이 IT분야 재정 조기집행이다. 공공부문의 정보화투자 재원역할을 하고 있는 정보화촉진기금 가운데 72.2%에 이르는 1조1077억원을 상반기 중 집행하고, 여유자금 634억원까지 투입해 경기 진작 효과가 큰 핵심프로젝트를 추가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민간 투자계획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와 관련해 정보화설비 관련 융자금리를 올해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산업시대의 주요 경기 진작 수단이 건설투자였다면 지식정보시대에는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경기 침체로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크게 위축될 때 정부가 공공부문의 정보화 투자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 방안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경기부양 차원에서 적극 검토되고 있는 추경예산도 정보화 투자에 대한 편성 비중을 높여야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재정투자 조기집행이나 융자금리 인하 등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놓고 보자는 것이어서 단기성 효과에 그칠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정보화 투자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민간부문의 정보화 투자를 유도하는 데 한 몫을 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을 억제하고 의욕을 꺾는 각종 규제를 완화, 기업이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소비지출까지 유도하는 등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와함께 IT경기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경기변화에 IT정책을 긴밀히 연계시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IT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IT기업이 먼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정부가 투자확대 방안을 밝힌 만큼 IT기업들이 앞으로 쏟아져 나올 프로젝트 수주에 눈이 멀어 경쟁을 벌이기보다 국가생산성 향상과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갖추는 사업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또 이를 기반으로 IT기업 스스로도 투자를 늘리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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