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했다. 과거에는 밤을 새워가며 지루하게 결과를 기다려야 했지만 전자개표시스템 덕분에 시시각각 변하는 개표상황에 주목하면서 자정이 되기도 전에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이같은 일은 인지소프트(대표 이영태 http://www.inzisoft.co.kr)가 개발한 기표인식솔루션이 있어 가능했다.
이 회사를 처음 방문하면 전체 직원 21명 중 순수 영업직이 단 3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나머지는 대부분 대학시절 패턴인식과 문자인식 등 관련 분야를 전공한 석박사급 연구원이다.
철저히 기술 중심인 이 회사는 설립부터 현재까지의 변화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99년 LG종합기술원 문자인식연구팀에서 분리, ‘이니트’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2001년 7월 필기체 인식 원천기술을 보유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실험실벤처인 레코그램과 합병하면서 기술적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이 때 법인명도 인지소프트로 바꿨다. 패턴인식 및 이미지 처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겠다는 비전이 법인명에 담겨 있다.
기술 중심의 경영 때문에 인지소프트는 사업초기 다소 고전하기도 했다. 기술에 대한 관심이 실제 시장수요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지 인식 및 자동처리시스템 구축용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인 인지아이폼(InziiForm)이 전표 수작업 처리 비용 문제로 고심하던 은행권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해 관련시장의 60%를 점유했으며 매출도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한 44억여원을 기록했다.
외교통상부·현대중공업 등 인지소프트의 이미징처리솔루션을 도입한 국가기관과 일반기업들도 문서처리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어 향후 새로운 수요처로 기대하고 있다.
인지소프트는 올해 영업직을 확충하고 제2금융권과 공공기관, 제조·유통업체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매출을 8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해외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은행권 이미징처리시스템 구축이 활성화된 곳이 없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진출을 자신하고 있으며 전자개표시스템용 기표인식솔루션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확실한 레퍼런스 사이트를 앞세워 일부 국가와 계약 마무리 단계까지 와 있다.
인지소프트는 이미징 인식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하기 위해 연구개발 전문벤처로서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할 생각이다.
이와 관련, 의료영상저장정보시스템(PACS)에 이미징 인식 기술을 활용, 단순 X레이 이미지의 저장을 넘어 이상부위를 자동판별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PACS 전문업체와 협력중이며 CCTV에 찍힌 사람을 자동판별하는 획기적인 솔루션도 연구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컴퓨터가 사람의 눈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를 앞당기는 관련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새로운 기술개발에 나서는 인지소프트가 세계 최고의 인식기술전문업체로 소개될 날을 인지소프트 직원들은 꿈꾸고 있다.
<인터뷰>
“숱한 어려움속에서도 회사의 비전만 보고 연구개발에 전념해준 직원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이영태 사장은 첫마디부터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직원의 86%가 엔지니어인 기술집약적 벤처업체 인지소프트의 가장 큰 재산은 직원들임을 새삼 강조한 것이다.
우수한 인재에 대한 이 사장의 욕심은 대단하다. 지난 2001년 KAIST 실험실벤처인 레코그램과 합병했고 매년 봄·가을 KAIST 연구원과 체육대회를 여는 등 관련학과와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수인재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 사장 자신이 산학 장학생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관련분야를 꾸준히 연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유난히 ‘정도경영’을 강조한다. “학교로부터 가져온 지식을 활용해 고객들이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것을 받는 것에 만족합니다. 돈 많이 벌었다고 신문에 크게 한번 나고 얼마 안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감옥까지 가는 벤처기업 CEO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사장의 정도경영은 고난의 세월끝에 빛을 봤다. 창업 4년째인 지난해의 매출 급성장은 이 사장에게 회사성장의 발판 마련이라는 의미보다 더 큰 하나의 희망을 안겨줬다.
“개발에만 전념해온 연구원들에게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는 계기와 물질적 뒷받침을 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어린 시절 항상 가르치는 직업을 꿈꿔왔다는 이 사장은 현재 1년에 두세번 정도 특강에 나간다. 인지소프트를 세계적인 인식기술업체로 키워놓고 일선에서 물러나 또 다른 기술벤처에서 활약하게 될 후학들을 양성하는 것이 이 사장의 소박한 희망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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