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마뉴엘 카스텔 지음

 김묵한·박행웅·오은주 옮김

 한울 펴냄

 

 ‘정보시대: 경제, 사회, 문화’ 3부작(흔히 ‘카스텔 3부작’으로 불림) 중 제1권인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는 저자인 마뉴엘 카스텔에게 정보사회학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동시에 사회학은 물론 매스미디어학·정치학·문화학 등 사회과학 전반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켜온 화제의 책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18∼19세기 유럽 산업사회에 대한 총체적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를 해부했듯이 카스텔의 3부작은 경제·노동·미디어·정치·문화 등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측면에서 ‘미래’ 사회가 아닌 바로 ‘현재’ 사회의 변화 양상을 분석한다.

 이 책에서 카스텔은 정보시대의 키워드로 단연 네트워크를 꼽고 있다.

 카스텔은 “우리가 이미 네트워크 사회라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고 선언한다. 즉 “네트워크간 메시지와 이미지 흐름이 사회구조의 기본적인 맥락을 구성하는, 역사적 진화와 기술적 변화가 수렴된 네트워크 사회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네트워크가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 영역에도 급속히 확산돼 자본주의 전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조화하는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네트워크는 상호 연관된 결절(node)의 집합으로 지구적 금융흐름 네트워크에서의 결절은 주식시장과 그에 딸린 교차서비스 중심지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특히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혁명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과 정보통신에 의해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전지구적으로 상호 의존적인 시장, 즉 지구적 경제를 탄생시켰다고 해석한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화되고 상호 의존도가 깊은 경제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기술)는 지구적 경제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지만 지구적 경제의 출현이 곧 새로운 유토피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정보혁명으로 가공할 만한 생산력이 장려되고 있는 한편 지구의 다른 곳에서는 인류 빈곤의 블랙홀이 되어가는 것을 동시에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에서 정보화 경제가 새로운 조직논리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문화·제도적 측면에서 살펴본다. 또 지구적 경제에서 과연 지구적 노동력이 출현했는지 소개하는 동시에 매스미디어의 형성과 인터넷의 출현, 가상공동체의 동시적 발전을 따라가본다.

 이어 저자는 새로운 기술체계 아래서 서비스와 제조업 두 부문의 핵심적 경제활동의 입지패턴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네트워크 사회의 특징으로 발생과 동시에 체계적으로 시제를 뒤섞는 현상으로서 ‘무시간적 시간’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앞으로 네트워크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결정지어 나갈 것”이라고 조망한다. 우리는 현재 거대한 네트워크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이 사회에는 혼자만 살아가기에는 벅찬 의존관계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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