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의 하청물량 제작에서 시작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도 최근 들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까지 경쟁력이 높아졌다. 하지만 진정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가 실현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캐릭터·모바일·뮤지컬·출판·게임과 같이 다양한 부가산업으로 파생될 때 더욱 큰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드림픽쳐스21의 김일권 사장(39)은 “애니메이션의 관건은 멀티유스를 어떻게 실현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지론을 앞세워 가장 성공적으로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3D 애니메이션 ‘레카’에는 김 사장의 이런 지론이 그대로 녹아 있다. 레카의 주인공인 ‘곤지’와 ‘도리’를 아바타로 서비스한 지 15일 만에 매출이 2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만화책도 나왔다. 올해 10권 전권이 출간될 경우 인세만 5억∼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레카 영어교육에서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내달에는 SK텔레콤의 ‘준’을 통해서도 애니메이션을 제공할 예정이며, 내년 초에는 레카 기반의 온라인게임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레카 2’에 대한 투자사가 결정되면서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레카 2’에는 캐릭터 전문가도 첫 기획단계부터 참여할 계획이다. 처음부터 캐릭터 라이선싱을 염두에 두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는 의도에서다. ‘레카 1’이 캐릭터 라이선싱에서 취약했던 점을 극복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김 사장이 이렇게 앞설 수 있는 것은 출신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애니메이션 업계 CEO 대부분이 제작자 출신인 것과 달리 김 사장은 방송사와 프로덕션 회사를 두루 거치며 기획·제작은 물론이고 경영과 무역수업까지 받은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어대 중국어과 출신답게 업계에서는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김 사장은 여느 때보다 들떠 있다. 소외된 계층의 어린이를 위한 특별 행사를 마련한 때문이다. 일명 ‘레카 페스티벌’. 고아원 어린이와 결식아동을 초청해서 ‘레카’ 영화와 패션몰 ‘투나’의 댄스팀 공연을 보여주는 행사다.
“지난 1996년 교육부가 사교육비를 없애기로 발표하면서 영어 콘텐츠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시장 조사를 해 보니 95%가 일본 작품이더라고요. 일종의 사명감이랄까. 어린이에게 순수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 소외된 어린이에게도 소중한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김 사장은 즐겁기만 하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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