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 따른 대표 수혜업종으로 흔히 ‘디지털 셋톱박스’를 꼽는다. 전쟁 기간에 전세계의 눈과 귀가 TV로 쏠리면서 덩달아 셋톱박스도 날개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김진묵 에이엠티 사장(48)은 이번 이라크 전쟁 ‘특수’를 톡톡히 누린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전쟁으로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모든 업종이 울상이지만 셋톱박스만은 예외였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큰폭의 매출신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이 덕분에 올해 매출도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이엠티는 이에 당초 매출목표를 상향조정했다. 유럽·중동시장 호조에 힘입어 36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예상매출을 늘려잡았다. 김 사장은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같은 실적은 그동안 닦아놓은 중동지역의 튼튼한 인프라에 연유한다.
“이라크 전쟁이 임박했을 때도 아랍에서 열리는 중동지역 방송장비전시회인 지멕스에 참가했습니다. 신기술을 선보인다는 취지도 있었지만 중동지역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전시회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덕분에 중동 바이어에게 신뢰감을 더욱 심어줄 수 있었습니다.”
중동 바이어의 절대적인 신뢰는 이 회사가 거래하는 해외 바이어의 면면에서 잘 나타난다. 에이엠티의 주요 바이어들은 지난 97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도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업체를 포함해 크고 작은 업체가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처를 바꾸기를 요구했지만 에이엠티의 바이어만은 요지부동이라는 설명이다.
“바이어와의 신뢰는 기술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공급가격 만으로 바이어를 유혹했다면 중동시장에서 에이엠티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을 것입니다.”
김 사장은 향후 고부가가치 디지털 셋톱박스에 주력할 계획이다. 저가의 대만·중국산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력 기반의 제품이어야만 승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코낙스 수신제한시스템(CAS) 인증에 이어 이르데토 CAS 라이선스도 취득했다. 이르데토 라이선스는 국내에서도 3개 업체만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번 라이선스 취득으로 유럽·중동·중국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방송사업자용 직구매시장 진출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습니다. CAS형 제품을 주력으로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중국업체들이 저가형 시장을 치고 들어와 한국업체의 고전이 진행되는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시장을 열어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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