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이버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
‘온갖 테러로부터 미국민들을 보호’를 표방하며 지난 3월 야심차게 출범한 국토안보부가 인사문제 등으로 삐걱거리는 것은 물론 e정부(e-Government) 계획이 예산부족 등으로 암초에 부딪혔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의 사이버보안 자문관 하워드 슈미트가 이달 말 사임키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그의 사임으로 미국 정부의 사이버보안 정책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C넷과 LA타임스 등도 미 정부의 e정부 예산이 당초 요구보다 90% 가까이 줄었으며 이밖에 국토안보부의 중복투자, 정부와 정보기술(IT) 업계간 갈등 심화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사갈등=IT업계에서는 슈미트가 민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으로 업계와 정부간 교류역을 담당해왔다는 점을 들어 “그의 사임으로 미 정부와 IT업계간 고리가 끊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의 사퇴가 미국의 무계획적인 사이버 전략을 방증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슈미트의 사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터넷 수석고문이자 사이버보안 전략 최고책임자인 리처드 클라크 퇴진후 불과 2개월 남짓만의 일이어서 한층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사임사유는 개인적인 인사불만으로만 알려졌지만 문제는 그의 사임으로 부시 대통령 측근에 사이버 보안관련 고위임원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테러와의 전쟁 등으로 보안문제에 관한 조정과 종합적인 전략 제시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미국의 사이버보안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상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클라크 전 위원장은 “정부는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국토안보부에 사이버 보안 인사들이 선임되지 않는 것은 미 정부의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산부족·중복투자=e정부도 흔들리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 발효된 ‘e정부법(e-Government Act 2002)’에 근거해 e정부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지만 의회가 ‘딴지’를 걸고 나섰다. 정부가 올해 e정부를 위해 4500만달러를 요청했지만 의회가 무려 4000만달러를 삭감했다. 의회 측은 “e정부에서 포괄하는 정보의 많은 부분이 이미 다른 사이트에서 제공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자납세나 각종 규제 등의 사이트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로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e정부 구축사업이 전문가 부족 등의 이유로 예산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예산관리국(OMB)의 책임자는 최근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e정부 예산 중에 무려 20%가 중복 투자 등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미국 IT업계는 “e정부의 편의성을 의회가 모르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e정부 계획이 당초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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