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KT의 가상사설망(VPN) 임대서비스 사업자 선정에서 깜짝 놀랄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VPN시장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번 프로젝트에 내로라하는 업체들과 경쟁해 설립 1년이 갓 지난 무명의 한 업체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네트워크 보안솔루션 전문업체 인프니스(대표 김세곤 http://www.infnis.com)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곤 사장은 당시에 “후발업체지만 특화된 기술로 VPN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혀 업계를 더욱 놀라게 했다.
인프니스는 정보기술(IT)분야의 석박사급 기술인력들이 뜻을 모아 2002년 1월 설립한 신생 벤처다.
인프니스는 전체 직원이 18명에 불과하지만 김세곤 사장을 비롯해 임원진 전원이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IT업체에서 핵심기술을 개발하던 엔지니어 출신이다. VPN과 통신품질(QoS) 분야에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기술을 제품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이 생명이라는 벤처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이 회사는 텍사스 오스틴대학 컴퓨터과학 박사과정중인 김민식 기술이사를 중심으로 미국에 보안연구소를 설립해 한발 앞선 기술개발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작년에는 자체 기술력으로 VPN에 방화벽과 QoS 기능을 결합한 보안솔루션 ‘솔리게이트’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크고 네트워크 대역폭 사용의 효율성을 높여 안정적인 보안서비스를 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한정된 네트워크 자원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며 업무 이외에 불필요한 네트워크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
또 본사와 지사 사이에 송수신되는 중요 데이터에 우선 순위를 부여해 중요한 정보를 빠르고 안전하게 송수신할 수 있다. 중앙에서 모든 지사 네트워크를 유지, 관리할 수 있으며 개인·부서별 네트워크 흐름의 통합 관리도 가능해 관리자가 네트워크의 품질 및 보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인프니스는 이 제품을 삼립개발·대창공업·연합인포맥스 등에 공급했으며 최근에는 삼보정보통신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KT의 초고속 인터넷 기반 VPN 임대서비스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KT의 VPN 임대서비스는 초고속통신과 VPN 서비스를 결합해 고가의 전용선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도 기존에 이용하던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VPN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다.
보안솔루션을 별도로 구매하지 않고도 VPN장비 임대는 물론 통합관제, 유지보수서비스까지 한번에 받을 수 있어 초기투자비용과 관리문제 때문에 주저하던 많은 중소규모의 기업들도 쉽게 보안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인프니스는 올해 VPN에서 80억원, QoS에서 20억원 등 총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 인프니스 김세곤 사장
“올해를 기점으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보안솔루션 임대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창업 1년만에 회사 성장의 도약대를 마련한 김세곤 사장(30)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은 단계적인 성장모델을 머릿속에 그리는 노련함을 보인다. 자칫 열정이 앞서 많은 일을 벌이기 십상인 나이지만 냉철한 판단으로 실리를 챙기는 모습이다.
김 사장이 그리는 첫번째 단계는 KT와의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 VPN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사실 이 결정은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자체 브랜드라는 미련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국내 VPN시장에는 많은 선발업체가 있기 때문에 이름보다는 실질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임대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가격적인 부담이 큰 전용선 대신 보안을 담보로 하는 초고속 인터넷은 중소기업에 분명 매력적인 대안이다. 김 사장은 “통신업체의 추진력이 관건이지만 보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며 성공에 자신감을 나타낸다.
이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한 후 차기 주력 솔루션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두번째 청사진이다. KT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자사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아직 구체적인 것을 밝히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보안솔루션에 집중해 우선은 국내에서 기술력 1위 업체로 자리잡는다는 것이 김 사장의 1차적인 비전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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