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중소·벤처기업정책 방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중소·벤처기업정책의 큰 틀은 ‘자율과 경쟁’에 초점을 둔 것이다. 그간 ‘정부 주도의 선별·직접지원’ 정책에서 ‘시장시스템 육성·간접지원’ 중심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중소·벤처기업들도 보호보다는 경쟁을 통해 탄탄한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정책의 틀을 짜겠다는 의미다.
시장중심의 중소·벤처기업정책 전환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특히 국민의 정부에서 실시한 보호·지원 위주의 벤처기업정책들로 인해 발생한 폐해들이 두드러지게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옳은 결정이다. 그러나 진정한 시장중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정경쟁시스템 등 각종 선순환구조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가 정비되고 정부의 인프라 구축 노력이 선행될 때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중소기업에 영향을 주는 규제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나 각종 규제 신설을 억제하는 목적의 중소기업규제영향평가제도 도입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정책의 가장 큰 혜택을 누려온 벤처기업은 철저하게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특혜성에 가깝던 벤처확인제도가 2006년이면 없어지고, 특히 양적 성장의 부작용을 시정하면서 벤처생태계 전반의 질적 재도약에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사실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과 달리 지금까지 특별한 중소·벤처기업 육성책을 내걸지 않았다. 역대 어느 정권도 중소기업을 외면한다고 말한 적이 없고 하나같이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떠들었다. 물론 이번 보고에도 ‘중소기업을 21세기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라는 형태로 육성 의지를 보였지만 세부정책들은 그렇지 않아 실망이 크다.
물론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처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실천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각계 각층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애로사항만 듣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만성적인 문제점부터 하나씩 고쳐나간다면 참여정부의 중소·벤처기업정책은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들도 이젠 정부의 보호·지원정책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시장경쟁에 적응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스스로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생존하는 방법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경쟁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도록 지켜봐야 한다. 아직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의 남용으로 인해 낮은 단가와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이 살고 나라의 경제가 바로 서서 성장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더이상 중소기업부문이 희생돼서는 안된다. 문제를 올바로 풀어내는 것이 중소기업을 제대로 키우는 길이다.
이제부터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구조를 완화·개선하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또한 우리 경제가 중소·벤처기업에 기대하는 역할만큼 중소·벤처기업을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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