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 전역이 온통 핑크빛 벚꽃으로 물든 가운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인터넷)’에서 벚꽃구경을 하는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맨앞줄에는 역시 휴대폰이 서있다. 1급 하천으로 도쿄를 관통하고 있는 간다가와의 벚꽃 가로수 길은 우에노공원, 요요기공원 등과 함께 멀리 갈 필요 없이 즐길 수 있는 꽤나 잘 알려진 도내 벚꽃 명소다.
거기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벚꽃을 감상하려고 모여든 많은 관광객에게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한 손에 최신형 휴대폰을 들고 벚꽃을 배경으로 저마다 멋진 포즈를 취하며 사진메일을 찍고 있었다. 사진메일은 물론 동영상 메일까지 가능한 성능 좋은 휴대폰 때문에 실제로 카메라를 가진 이는 몇 되지 않았다. 사진기는 거의 찬밥 신세가 된 셈이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목적도 다양하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아름다운 벚꽃을 혼자보기 아까워서” “일하고 있는 직장 남편이나 수험생 딸한테 보내려고”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깔거나 파일로 저장하고 싶어서” 등의 답변이 돌아온다.
이러한 세태를 소재로 한 상업광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를 소개한다. ‘오랜만에 동창들과 부부동반으로 벚꽃구경을 가기로 약속한 A씨. 하지만 직장 상사의 갑작스런 호출 명령으로 벚꽃은 말 그대로 ‘병풍 속의 꽃’이 되었다. 그는 지금쯤 왁자지껄하고 있을 친구들의 모습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을 끝내고 파김치가 되어 귀가한 그에게 도착한 한 통의 영상메일이 그를 환하게 웃게 했다(친구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위로 메시지와 함께 보낸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개화상태가 민감하게 변하는 벚꽃의 개화정보를 거의 리얼타임으로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야후재팬에만 등록된 벚꽃 관련 사이트만도 무려 966개나 된다. 이로 인해 TV 일기예보시 함께 전해주는 벚꽃 예보를 보거나 직접 각 명소에 전화를 걸 필요 없이 웹서핑을 통해 일본말로 ‘하나미’라는 꽃구경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한 사쿠라의 명소나 개화시기는 물론, 자체 제작한 사이버 지도를 클릭하면 실제 사진 및 동영상까지도 감상할 수 있게끔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한 사이트도 많다.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일본사쿠라협회’가 엄선한 벚꽃 명소 300곳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http://www.furusato-navi.net’를 들 수 있다. 이밖에도 ‘일본꽃협회(http://www.hananokai.or.jp)’ ‘사쿠라넷(http://www.sakuranet.ne.jp)’ 등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각 여행업체는 물론, 홋카이도 신문을 포함한 지역신문 39개사가 공동으로 생생한 벚꽃 정보를 제공하는 ‘일본의 사쿠라 소식(http://www.todays.jp/sakura/)’ 등 언론사들도 아기자기하게 벚꽃 사이트 운영에 가세하고 있다. 또한 벚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가는 이른바 ‘사쿠라족’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마니아 사이트도 최근 검색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한편 벚꽃전선이 서서히 북상하면서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벚꽃 개화는 이번 주가 그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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