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제3세계-네티즌 심금 울리는 `바그다드 일기`

 이번 이라크전쟁으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은 아마 전쟁을 겪는 바그다드의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그의 운영자 살람 팍스(Salam Pax)일 것이다.

 전쟁 전 이라크의 움직임과 전쟁이 시작된 후의 바그다드의 풍경, 폭격을 견디는 자신의 느낌 등을 일지 형식으로 담은 그의 블로그 ‘라에드는 어디 있지(http://dear_raed.blogspot.com)’는 전세계 네티즌으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미국 CNN의 독점방송이 깨지고 아랍 시각의 알자지라가 맹활약하는 한편 인터넷과 비디오 스트리밍이 유력 미디어로 확실히 자리잡은 이번 미디어전쟁의 또다른 승자는 바로 개인의 시각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블로그다. CNN의 케빈 사이츠 등 전문기자들이 방송 보도와는 별도로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수많은 전쟁 관련 블로그가 등장, 네티즌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리고 그 열풍의 한가운데 살람 팍스가 있다.

 팍스는 “이라크 바트당원들이 바그다드시 주위의 참호에서 완전무장한 채 면도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바그다드의 풍경을 묘사했다. 그는 “이들 당원은 너무 깨끗하고 단정해서 아무것도 지키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며 “20세도 안된 청소년들이 참호에 앉아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초콜릿을 먹곤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뉴스에서 미군 폭격기가 발진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시간을 세기 시작”한다. 폭격기가 기지에서 바그다드까지 오는데 소요되는 6시간 동안 숨죽이며 기다리는 것이다. 그가 가장 아끼는 건물이 폭격으로 붕괴됐을 때의 슬픔도 기록했다. 살렘 팍스는 전쟁을 벌인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국민을 억압하는 후세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폭격의 와중에 인터넷에 접속해 블로그를 올리고 미국과 이라크의 지도자에 대해 똑같이 냉소적인 이 사람은 정말 바그다드에 사는 29세의 건축가일까.

 살렘 팍스라는 필명을 쓰는 이 사람의 정체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미국 CIA나 이스라엘, 또는 이라크의 심리전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그는 “나는 누구의 선전도구도 아니다”며 “내가 정말 나인지 묻는 e메일을 더이상 보내지 말라”고 요구한다.

 그의 블로그는 무슨 이유인지 지난달 24일 이후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블로그는 한 개인이라도 거대 언론 못지않은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인터넷시대 미디어의 전망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예로 앞으로도 남을 것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전쟁을 겪고 있는 바그다드의 일상을 담아 세계 네티즌으로부터 인기를 얻은 ‘살렘 팍스’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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