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K캐시-카드사 EMV 이해 엇갈려
스마트카드 표준규격 채택을 놓고 신용카드업계와 은행권의 이해가 정면 충돌, 정부 도입계획의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3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마그네틱카드의 위변조 해결방안으로 부상한 스마트카드 표준 규격을 놓고 시중은행들이 국산 ‘K캐시’를 제안한 데 대해 신용카드업계가 최근 금융감독원 주관으로 열린 민관특별전담팀(TFT) 회의에서 국제표준인 ‘EMV’의 채택을 전격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양측의 대립은 스마트카드 도입에 따른 각종 시스템과 장비 전환비용, 부담주체 등에 대한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는 ‘K캐시’를 신용카드로만 사용한다면 반대하지 않겠지만 현금카드 등의 용도로 확대해 기존 CD/ATM기에 적용할 경우 글로벌 호환성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EMV’규격에는 각국의 로컬 표준을 수용할 수 있는 고정부문이 마련돼 있어 국내용으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캐시’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해온 은행권은 국제적으로 ‘EMV’가 대세지만 국내용으로는 ‘K캐시’를 적용하고 IC칩 수준에서 ‘EMV’를 수용하면 된다는 수정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K캐시’와 ‘EMV’규격을 동시 수용할 경우 국가적으로 이중투자가 불가피해진다며 맞서고 있어 양측 주장에 대한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일부 은행 사이에서는 공동 자산인 CD/ATM 단말기에 굳이 카드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EMV’를 채택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강경 의견이 주류를 이루는 등 은행권 내부 입장도 정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다수 은행들이 결국 세계적 추세인 ‘EMV’ 표준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는 은행 내부의 카드사업부 또는 계열 카드회사들의 입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초 농협 현금카드 위조사건 직후 은행검사1국을 중심으로 은행권과 신용카드업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스마트카드 도입을 위한 민관특별전담팀을 통해 지난달말까지 관련 정책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