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지이자 영원한 경쟁자’.
국내 2차전지 산업분야의 양대 산맥으로 동지의 연을 맺어온 삼성SDI(대표 김순택)와 LG화학(대표 노기호)의 자존심 경쟁이 한창이다.
두 회사의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00년. LG화학이 1999년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전지의 본격적인 양산에 착수하자 이를 의식한 삼성SDI는 이듬해 월 220만셀 규모의 양산라인을 가동, 앞선 생산능력으로 맞불경쟁에 나섰다. 이후 두 회사는 증산경쟁을 반복했고, 경쟁은 생산능력에서 차세대 제품개발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LG화학은 2005년 세계 전지시장에서 5위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오창공단을 2차전지 등의 전자정보소재 단지로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SDI는 지난해말 1000만셀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당초의 목표를 대폭 늘려 지난달부터 1400만셀씩 생산하고 있다. 또 올해말까지 1800만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두 기업은 연구개발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LG화학이 2200㎃h의 노트북용 원통형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성공하자 삼성SDI도 곧이어 동일한 용량의 제품을 시장에서 출시했다. 산요·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동일 용량의 제품을 양산하지 않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들 두 업체의 몫.
또 최근 들어 삼성SDI가 2400㎃h 노트북용 원통형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마치고 제품 출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LG화학은 제품 개발을 마치고 세계 유수 노트북업체를 대상으로 샘플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이들 두 업체의 경쟁은 생산능력 기준의 순위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SDI는 2001년 7위에서 지난해 5위로 급상승했으며 LG화학은 10위에서 7위로 올랐다. 2000년 1%에 불과했던 국내 2차전지 업계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5%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비록 두 회사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목표는 한결 같다”며 “회사간 경쟁을 뛰어넘어 삼성과 LG그룹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는 2차전지 양산경쟁은 올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희망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들어 본격화된 삼성SDI와 LG화학간의 상보적인 생산경쟁은 최근 불과 2년 사이 우리나라 2차전지 산업규모를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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