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적인 갑을관계’인 대형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수평적 협력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세트업체들은 혁신적인 원가절감 달성과 우수품질 확보 등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부품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부품구매 정책기조의 틀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디지털가전 등 미래전략적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우수한 협력업체를 다수 확보해야 하고 이들의 기술 및 원가 경쟁력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기존 전자입찰제도를 통한 납품가격 하락 유도 일변도의 구매 정책으로는 경영악화·핵심기술 부재 등 협력업체의 부실만을 초래할 뿐 이란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협성회(삼성)·지역협력회(LG)를 중심으로 완제품의 초기 개발 단계에 협력업체를 적극 끌어들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가 핵심기술을 조기 확보, 신뢰성·디지털부품기술 등 기술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구매전략팀 안봉태 과장은 “개발 및 조립공정 중 일부에 대한 전권을 협력업체에 과감하게 이전, 전자제품위탁생산전문기업(EMS)화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협력업체에 발주량을 집중시켜 이들의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원가경쟁력 제고를 유도함으로써 경영구조를튼실하게 유지토록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구매전략팀 옥금명 과장은 “중국·동남아 업체들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기존 비딩 형태의 구매정책은 세트업체 부품업체 모두 공멸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어 예전과 다른 구매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출을 꺼리던 정보를 공개하면서까지 협력업체와의 ERP시스템 연동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ERP연동 협력사를 지난해 180개에서 올해 23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LG전자도 최근 LGCNS와 공동개발한 ERP를 50개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구축해주기로 하는 등 지원대상 업체 수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콘덴서업체 삼영전자 안효식 이사는 “올들어 대형세트 업체들이 협력업체를 육성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특히 지난해와 달리 납품가격의 출혈경쟁 유도를 극히 자제하는 등 상호협력 관계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박지환기자 daba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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