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과유불급

◆원철린 문화산업부장 crwon@etnews.co.kr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무슨 일이든지 정도를 지나침은 도리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

 요즘 케이블 PP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 3사의 경영형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방송 3사가 진출하고 있는 PP만 해도 10개 채널에 이르고 있다. MBC가 4개, SBS 3개, KBS 3개 등으로 채널 모두가 하나같이 대중적인 오락분야인 스포츠나 드라마·게임·영화다.

 현재 방송서비스 중인 케이블 및 위성채널 70여개 중에서 방송 3사가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어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방송 3사가 갖고 있는 브랜드와 함께 서비스 채널이 모두 대중적인 점을 감안하면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달 중순 TNS미디어코리아의 케이블TV 시청률 순위 조사에서도 MBC드라마넷·SBS드라마플러스·스카이 KBS드라마·SBS스포츠채널 등 방송 3사 계열 4개 PP가 10위권에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 방송 3사의 매출액은 전체 방송시장에서 65%를 점유하고 있고 방송광고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방송 3사는 독과점업체다. 지상파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 방송 3사가 케이블 PP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마치 브레이크 없는 기차가 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위성방송 1주년 그 평가와 발전방안’이라는 세미나에서 이 같은 케이블이나 위성분야로 채널을 확장하고 있는 방송 3사의 경영행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방송영상산업진흥원 권호영 연구원은 “방송 3사가 PP로 진출함에 따라 의견의 다양성은 축소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면서 “지상파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가 유료방송시장으로 파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아니라도 방송 3사의 문어발식 확장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지상파방송의 경쟁을 제한하면서도 케이블이나 위성분야에서는 자유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이다.

 특히 문제는 민영방송보다 공영방송에 있다.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KBS가 상업성이 없는 분야보다는 상업성이 큰 드라마 채널 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민영방송이 사업다각화하고 있는 점은 수익을 염두에 둬야 하는 사기업으로서 당연한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신료를 받고 있는 공영방송이 상업적인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별로 바람직 스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상업적인 부분들은 공영방송이 직접하기보다 민간 채널에 맡겨 둬도 된다. 공영방송은 단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선에서 끝나야 한다.

 방송 3사의 케이블과 위성채널 진입은 또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가뜩이나 홈쇼핑채널만 커지는 등 케이블시장이 왜곡된 현상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기존 채널들과의 경쟁을 부추겨 불필요한 외화 지출을 늘리는 등 부작용을 낳을 소지를 안고 있다.

 그리고 수직계열화에 따른 경영상의 문제점은 제쳐두고라도 내부거래에 따른 불공정행위도 우려된다.

 따라서 케이블 및 위성채널시장의 공정거래 질서를 위해 방송 3사의 무분별한 채널 확장을 억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아울러 정부도 더이상 케이블 및 위성 PP의 발전을 업체의 자유경쟁에 맡겨놓기보다 종합적인 육성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PP의 성장없이는 케이블 및 위성시장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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