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프로젝트` 지지부진

경기침체 장기화로 현금 유동성 확보 주력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현금유동성 확보가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올들어 IT관련 프로젝트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올해 추진키로 예정됐던 IT관련 프로젝트가 연기 또는 취소되는 것은 물론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제품 공급기일을 늦춰달라는 주문이 잇따르는 등 사업추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의 발발로 당분간 이같은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IT업계는 2분기에 사상 최악의 불황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IT관련 프로젝트의 위축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올해 IT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통신 분야다. 이달 초 제안요청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SK텔레콤의 차세대정보시스템 프로젝트는 그룹 내부문제와 이라크전쟁 등으로 경기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아직까지 제안요청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현상은 KTF도 마찬가지다. KTF는 오는 6월 착수할 계획인 차세대빌링시스템 프로젝트를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 관련 패키지 공급업체인 암닥스가 이스라엘 기업인데다 3세대 서비스 시장 창출이 늦어질 경우 관련 IT인프라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만큼 프로젝트를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체들의 IT관련 프로젝트의 취소 및 연기도 이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당초 이달로 예정된 15억원 규모의 고객관계관리(CRM) 구축 프로젝트를 일단 6월 이후로 연기했으며 LG유통도 다음달로 예정된 10억원 규모의 CRM도입 계획을 올 하반기로 미뤘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당초 이달부터 SCM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아래 업계에 사업제안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최근 이를 전격 중단했다. 15억원 규모인 이 프로젝트는 현재로서는 재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와 함께 이미 발주된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제품 공급을 늦춰달라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대형 서버업체인 A사는 최근 제조기업의 IT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나 고객사로부터 제품 납기일을 늦춰달라는 요청을 받고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사가 프로젝트를 잠시 유보하더라도 대금지불을 늦춰 현금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경영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모 그룹사는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각 계열사에 진행중이거나 예정된 프로젝트일지라도 일정금액 이상의 투자에 대해서는 구조조정본부의 별도 승인을 받으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투자여력이 있는 통신사업자와 대기업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현금확보 차원에서 투자규모를 줄이고 있어 신규사업 추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나마 지자체나 금융권의 재해복구 프로젝트 등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이 위안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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