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집 <대신증권 부사장 hjmoon@daishin.co.kr>
얼마 전 히말라야 고산족들이 양을 매매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우리와는 달리 양의 크기에 따라 값을 정하는 게 아니라 양의 성질에 따라 값을 매긴다고 한다. 가파른 산비탈에 양을 풀어 두고 살 사람과 팔 사람이 가격을 흥정한다. 비탈 위쪽으로 풀을 뜯으면서 올라가면 몸이 말랐어도 비싸고, 반대로 비탈 아래로 풀을 뜯고 내려가면 살이 쪘어도 좋은 값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양은 현재는 힘이 들더라도 먹을 것이 풍성한 미래가 있지만 하향성 양은 현재는 수월하지만 계곡 바닥에 이르러서는 굶어 죽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고산족들의 이러한 독특한 흥정방식은 오랜 삶의 지혜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안이하고 간편한 것을 숭상(?)하다 보면 하향식 양처럼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어 결국 굶어 죽듯이 그러한 조직의 미래도 불을 보듯 변화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향식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조직일수록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
증권업계 IT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요즘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거래에 익숙한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매일 쏟아지는 신기술과 새로운 파생상품의 개발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단 1분 1초의 장애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고 속도와 다양성에서 경쟁사에 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떨 땐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시스템 개발을 막 마쳤는데 후발주자가 새로운 기술로 앞서 나간다면 대내외의 비난을 면할 길이 없게 된다. 더구나 잘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버리고 신시스템의 개발을 결정하기란 더욱 어렵다. 하지만 하향식 사고로 안일하게 대처하다 보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곧 시련이 닥쳐올 것은 너무나 뻔하다.
따라서 e비즈가 활성화될수록 조직에 상향식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전사적으로 디지털 마인드를 가지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IT를 활용해 자기계발을 할 줄 아는 이는 상향식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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