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먹여 살리는 대표적 수출 상품인 휴대폰과 반도체는 만일 미국-이라크간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아무 이상 없지만 혹시라도 장기전으로 이어질까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최혜범 이사는 “반도체의 중동 직접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1% 정도에 지나지 않아 전쟁이 수출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오히려 전쟁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제거돼 반도체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66억달러로 전체 수출 비중의 10.2%에 달했다. 가트너 등 세계적 반도체 시장조사 전문기관들은 지난해 말 “세계 반도체산업이 20%에 가까운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가 전쟁 불확실성 때문에 성장 전망을 10%대로 낮춘 바 있어 전쟁발발로 이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오히려 반도체시장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전쟁요인이 제거되는 올 4분기쯤에는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맞을 것이라고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대미(對美) 테러와 미-이라크 장기전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행기로 수송하는 반도체의 수출 특성상 전쟁이 한 달 이상 계속될 경우 유럽으로 가는 수출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에는 지난 2001년 미증유의 9·11 테러 때와 같이 미국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9·11테러 때 미국을 대신해 캐나다와 멕시코 우회 수출을 한 경험이 있다”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이라크 장기전과 대미 테러에도 즉시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휴대폰 업계도 전쟁이 당장 수출에 미칠 영향보다는 장기전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서기용 부장은 “그룹 차원의 대책 외에 휴대폰 사업의 경우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기존 경영 계획을 수정하지는 않을 작정”이라며 “하지만 미-이라크전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수출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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