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국이 부럽다

◆이택 정보가전부장 etyt@etnews.co.kr

 

 중국의 전인대가 16일 사실상 끝났다. 전인대는 10년에 한 번꼴로 중국 공산당의 지도체제 개편에 대한 최종 결정을 담당했다. 이번에도 4세대 국가 지도부를 선출했다. 후진타오·우방궈·원자바오 등 차세대 주자들을 수뇌부로 자리매김시켰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들은 이렇다. 국가주석과 당총서기에 오른 후진타오는 칭화대 수리공정학과 출신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베이징 지질학원을 나왔고,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은 칭화대 무선전자학과를 졸업했다. ‘숨은 실세’라 불리는 쩡칭훙 국가부주석은 베이징공업학원 자동제어과 전공이다.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최고 실력자로 군림할 장쩌민은 상하이 자오퉁대 전자기계과 출신이다. 이쯤 되면 10억 중국을 움직이는 최고 수뇌부는 모조리 이공계로 그 정체성과 성격을 알 만하다.

 물론 그들은 공산당에서 정치 투쟁을 통해 그 자리에 올랐다. 그럼에도 발탁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그간의 업적이다. 누가 중국을 현대화했고 무한경쟁시대에 걸맞은 국가경쟁력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테크노그라트로서의 검증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이 몸에 밴 수뇌부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하는 일도 벌인다. 자본가 계급을 버젓이 당원으로 영입한다. 그것도 모자라 고위직까지 내준다. 미국보다 과감한 자본주의 체제를 독려한다. 기업인이 존경받고 ‘돈’을 버는 일을 죄악시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총칼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쟁시대라는 것을.

 중국이 부럽다. 부러움은 비교대상이 있을 때 잉태된다. 우선 한국과 비교해보자. 시쳇말로 중국에서 출세하는 사람은 죄다 이공계 출신이다. 한국 처럼 수재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라의 미래가 흔들릴 가능성도 없다. 이 같은 순환구조가 정착되면 한 세대 후쯤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공계 시각이 뒷받침된 중국의 지도부가 펼칠 정책 역시 비즈니스 전쟁시대를 준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법대와 상대 출신이 나라를 경영하는 우리와 대비된다.

 중국이 ‘안정과 번영의 지속’을 내걸고 세대교체를 단행할 때 우리도 사회의 주류세력 교체가 한창이다. 정부가 바뀌었다. 사회 제세력간 힘의 균형을 찾아주는 일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반발과 진통이 뒤따르지만 개혁은 국민의 요구다. 하지만 눈을 한 번 옆으로 돌려보자. 당장 경제가 엉망이다. 북핵에 이라크전쟁이라는 외재적 변수 탓이라 해도 주가는 사상 최저치 수준이다. 코스닥은 이미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 벤처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못해 아우성이다. 내수는 IMF 때보다 더욱 위축됐다. 당시에는 부유층의 소비라도 살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들조차 지갑을 닫았다. IT와 자동차로 버티던 수출도 심상치 않다. 모두 올해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생존게임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장은 부도와 퇴출의 음험한 공기가 뒤덮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비상이다 뭐다 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출이 막히고, 소비가 줄고, 자금시장이 경색되면 정부와 업계가 머리 숙여 대책을 마련하곤 했다. 지금은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 관료들은 인사문제에만 온 신경이 가 있다. 기업인들은 납짝 엎드려 있다. 덕분에 우리 경제의 핵인 IT산업이 멍들고 있다.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서지만 국가의 핵심역량을 경제에도 절반쯤 할애해야 한다. 중국이 사회개혁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도 모자라 중국이라는 또다른 ‘경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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