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DVD시장에서는 맥 못춘다

 내수시장 점유율 5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막강파워 한국영화가 DVD분야에서만큼은 맥을 못추고 있다.

 DVD업계에 따르면 한국영화 DVD타이틀은 주간단위 판매순위, 평균판매량, 최고판매치 등 각종 기록에서 외산 타이틀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극장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친구’ ‘조폭마누라’ 등의 작품도 정작 DVD시장에서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업계가 추산하는 지난해 한국영화의 DVD시장 점유율은 25∼30%.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한국영화의 극장시장 점유율 48.3%와 비교할 때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는 한국영화가 코미디·멜로 등의 장르에 편중돼 있어 소장가치가 부각되지 못하는 데다 기획 및 제작, 패키징 등에서도 할리우드 스타일과 일정한 수준차를 보여 셀스루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제작 시점에 DVD 프로듀서를 투입해 DVD 동시기획에 들어가는 할리우드 시스템과 달리 국내의 경우는 대부분 사후제작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구조적인 취약점으로 거론된다.

 전국 500만명으로 지난해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가문의 영광’은 DVD시장에서 2만장 정도 팔려나갔다. 이에 반해 전국 300만명 관객을 동원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초도물량에서만 ‘가문의 영광’의 2배 수준인 4만장을 넘어섰다.

 지난해 서울 관객수 면에서 각각 78만명, 76만명으로 엇비슷한 성적을 기록한 ‘아이 앰 샘’과 ‘폰의’ 경우도 DVD시장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아이 앰 샘’이 1만5000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반면 ‘폰’은 초도물량 5000장을 겨우 넘긴 상태다. 극장시장의 경쟁력이 DVD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파파DVD 김종래 사장은 “극장 박스오피스 흥행성적이 동일할 경우 한국영화 DVD 판매량은 외산 타이틀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라며 “한국영화 DVD에 대한 구매력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박 타이틀의 최고기록도 외산 DVD보다 크게 뒤진다. 외산 타이틀 가운데 ‘매트릭스’는 번들물량 포함 17만장을 넘겨 DVD시장의 최고 판매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가 12만∼13만장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판매기록은 ‘엽기적인 그녀’가 세운 4만장. 최고기록 면에서 3분의 1∼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그 뒤를 2만5000장 가량이 팔린 ‘친구’가 잇고 있다.

 특히 전국 8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국내 최고 히트작 ‘친구’의 DVD 판매량은 지난해 전국 200만명 관객에 불과한 ‘맨인블랙Ⅱ’의 DVD 판매량과 엇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주간 단위 DVD 박스오피스에서도 10위권에 드는 한국영화는 2∼3편에 그치고 있는 것도 극장시장에 못미치는 한국영화 DVD 경쟁력을 보여준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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