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세트업체들이 연간 부품 수급계획을 발표해 부품업계의 ‘나침반’이란 평가를 받아온 전자산업진흥회의 ‘전자부품 구매계획’ 홍보사업이 내년에는 사실상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진흥회가 가진 ‘전자부품 구매계획’에 사업총괄별 부품 구매계획만 제출하고 세부품목 구매계획 자료는 일절 밝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은 또 내년에도 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세부품목 구매계획을 밝힌 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경쟁사들도 사업 참여여부를 재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삼성의 이같은 뜻하지 않은 돌출행동은 고위층의 강력한 지시 때문.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이 글로벌 경영을 추구하면서 이같은 행사를 통한 정보유출을 크게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삼보컴퓨터 등 업체들은 삼성의 이같은 돌출행동에 대해 ‘구매자료 공개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같은 파문이 일자 일각에서는 연간 11조원대의 부품을 구매하는 삼성의 세부 데이터가 빠진 행사개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내년 전자부품 구매계획 행사개최는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 관계자는 “삼성이 빠지고 총괄 구매계획만 발표한다면 정보가치 측면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흥회측 관계자도 “삼성측에서 정보공개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행사개최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삼성·LG 등과 대책을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대형 세트업체들이 발표하는 연간 단위의 부품·소재 수급계획은 부품업계의 판로개척뿐 아니라 생산물량을 조절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계속 행사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측에서 품목별 수급계획을 발표해 물량조절에 큰 도움을 받았다”며 “그런데 내년에는 이 행사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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