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사태로 촉발된 고유가 행진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급등한 유가가 실제 이라크전쟁이 발발하더라도 곧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90년대 초 걸프전이 시작되기 전에 유가가 올라갔다가 전쟁이 발발한 후에는 유가가 급락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이번에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도 비상대책 방안을 강구하는 등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유가 및 경제전망=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은 유가상승 기조에 가장 큰 변수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이라크 전쟁과 국제유가의 향방’ 보고서를 통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쟁시나리오(2∼3개월의 단기전, 이라크내 유전지대의 부분 피해)로 산정할 경우 국제유가는 WTI 기준으로 40달러를 넘어서 금년 평균유가는 30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산업은행도 전쟁장기화로 연평균 80%(60달러)의 국제유가 상승을 가정시 국내 경제성장률은 3.3%포인트 하락하고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는 각각 4.3%포인트, 5.7%포인트씩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또 이 경우 소비자물가는 4.0%포인트 상승하고 경상수지는 20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산은은 예상했다.
◇시나리오별 대책=산업자원부는 산자부 자원정책실장을 반장으로 5개 실무대책반으로 구성된 에너지비상대책반을 구성한다. 이미 시나리오별 전쟁비상대책도 마련했다.
전쟁초기에 유가가 급등할 경우 유가 추이를 보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특소세와 교통세 등 내국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호화 유흥업소 네온사인과 도심경관 조명 등 옥외조명 사용시간 제한 △골프장·스키장·대중목욕탕 에너지사용시간 제한 △영화관 심야상영 제한 △승용차 강제10부제 등을 상황에 따라 시행키로 했다.
국지적인 수급차질이 생길 경우 놀이공원과 위락시설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에 대해 에너지 제한공급을 실시하고 △지역난방 제한공급 △전력직접부하제어 등을 시행하는 한편 사재기나 부당 가격인상 등 수급교란행위를 단속할 예정이다. 또 지역별 상황에 따라 국지적인 수급조정명령 발동도 검토할 방침이다.
전반적인 수급차질이 생기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해외유전개발사업에 대한 우선 인수권 발동 △비축유 방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및 유가완충자금 집행 △수급조정명령 및 배급제 실시 △전력제한송전 △석유·가스·유연탄 도입물량 확대 등의 대책을 선별 시행키로 했다.
◇물류비 인상 억제=최근 고유가현상에 따라 선사 등이 해운 및 항공화물에 대한 유가할증료 인상 및 신규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선사들은 해운운임의 유가할증료를 4월1일부터 미주항로에 대해 컨테이너당 136달러에서 173달러로 37달러 올리고 구주항로도 97달러에서 112달러로 15달러 인상할 예정이다. 또 그동안 유가할증료가 부과되지 않던 호주항로와 한중항로에 대해서도 각각 50달러와 20달러의 할증료를 지난 10일 새로 도입했다. 국적항공사도 항공화물에 대해 ㎏당 5∼20센트의 유가할증료를 신설하는 방안을 건설교통부에 건의했다.
이밖에 선사들은 미국으로 가는 화물의 경우 전자문서교환(EDI) 전송 수수료로 선하증권 1건당 25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12일 관계부처 및 업계가 참석한 가운데 수출입물류개선협의회 실무회의를 열어 인상폭을 낮추거나 인상시기를 늦춰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해상 유가할증료에 대해서는 인상 자제를, 항공화물 유가할증료의 경우 신설보다는 현행 운임의 할인폭 조정을 통해 흡수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대체에너지를 찾아라=산자부는 ‘태양광 에너지 개발·보급 활성화 전략(솔라랜드 2010 프로그램)’을 수립, 2010년까지 태양광을 주에너지로 사용하는 태양광 주택 3만호를 보급키로 하고 ‘주택용 3㎾ 태양광발전시스템’ 및 ‘차세대 박막형 태양전지’ 개발사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산자부는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태양광발전 보급촉진정책이 대부분 포함된 솔라랜드 2010 프로그램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경우 2010년에는 세계 3, 4위의 태양광발전 국가에 진입하고 태양광발전 관련기술도 선진국의 90% 이상 근접할 것으로 보고있다.
주요 대기업도 차세대 대체에너지로 떠오르는 연료전지 분야 연구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LG·SK·현대 등 대기업들은 모바일기기·자동차 등을 비롯해 대형 발전소와 주택발전용으로 향후 시장성이 부각되는 연료전지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기업은 계열사 차원에서 관련 사업부문 신설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거나 연구개발팀을 연구센터로 확장하는 등 연료전지사업 진출을 위한 토대를 다지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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