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통신 통합]통신정책-사상·기술 발빠른 행보에 제도는 제자리

 낡은 규제 중심의 통신정책을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정보통신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의 결합(통합), 나아가 통신·방송과의 융합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법과 제도의 한계가 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통신부문은 유선과 무선의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방송·금융·가전 등과 융합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기존의 단순규제 중심의 틀속에 묶여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나 상품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기존의 음성과 데이터,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 등 세부 서비스별로 나뉘어 있는 역무 구분의 틀이 새롭게 정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통신이 음성 중심으로 발전해오면서 음성서비스의 기반이 유선 네트워크인가 또는 무선 네트워크인가에 따라 유무선통신사업자의 분류가 가능했으나 최근 음성과 데이터가 결합되고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로 진화하는 추세여서 유무선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낡은 사고로 인식되고 있다. 통합시대에는 유선과 무선 등 단선적인 역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산업은 최근 결합과 통합, 나아가 융합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법제도는 여전히 유선과 무선에 대한 비대칭규제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이다. 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개념의 통합서비스나 융합서비스를 내놓으려 해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연계한 규제나 유선사업자의 무선사업 진출, 혹은 무선사업자의 유선사업 진출 등에 대한 규제에 묶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최근 활성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무선랜이나 인터넷전화(VoIP)는 대표적이다. 기존의 개념과는 달리 역무 구분에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선랜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의 부가서비스로 볼 것이 아니라 유선과 무선을 통합한 새로운 개념으로 볼 수 있고 인터넷전화 역시 시내전화 역무가 아니라 새로운 역무 구분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주파수 문제 역시 이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나아가 결합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 역시 새로운 서비스 상품 개발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T의 고종석 차세대무선팀장은 “무선랜을 기반으로 한 초고속 무선 인터넷 상품은 말 그대로 새로운 유무선 통합상품으로 기존의 서비스와 연계해야 효과가 있는 서비스인데 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는 ‘결합서비스 금지’ 법령에 묶여 판매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는 초고속 인터넷과 자회사 KTF의 ‘핌’ 상품을 단순결합한 ‘넷스팟 스윙’이란 상품을 출시했으나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논란에 휩쓸렸다. SK텔레콤은 최근 이를 전기통신공사법 위반으로 통신위에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물론 SK텔레콤은 단순결합이 아니라 할인율을 적용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측면에서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의 규제 중심 통신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규제 완화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독점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전판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신규서비스나 상품의 독점력 전이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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