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의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
인터넷전화(VoIP)의 도입으로 미국 가입자에게 우리나라 전화번호를 부여하거나 우리나라 가입자에게 미국 전화번호를 부여해 시내전화요금 수준의 저렴한 통화를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국제전화번호 개념이 변화할 전망이다.
국제통신연맹(ITU)에서도 VoIP의 등장에 따라 기존 국가별 식별번호체계 대신 국경을 넘는 위치이동성 개념을 반영한 글로벌서비스 번호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제 VoIP망을 이용한 별정통신사업자들의 서비스가 번호경계를 먼저 무너뜨리고 있다.
아이투라인(대표 오한균 http://www.i2line.co.kr)은 올들어 웹콜월드와 공동으로 외국에 있는 가입자에게 개인 통합메시징서비스(UMS) 번호(0303-××××-××××)를 부여해 인터넷에 접속만 돼 있으면 세계 어디서나 PC에 프로그램만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이 번호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초당 56 를 지원하는 모뎀접속망에서도 통화품질을 보장해 인터넷환경이 뒤떨어지는 지역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또 국내 가입자에 미국 시내전화번호를 부여해 미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경우 미국측 발신자는 시내전화요금만 내면 되고 자릿수가 많은 국제전화 번호를 누를 필요도 없다.
텔레프리(대표 한형남 http://www.telefree.co.kr)도 이 서비스 제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회사는 미국과 일본에 국내 전화번호를 부여하는 한편 이들 국가의 전화번호를 받아 국내는 물론 다른 나라 가입자에 분양하는 사업도 추진중이다. 이 회사 이태영 부사장은 “중국이나 필리핀 등지에서 일본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준비중이며 중국번호 분양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데이콤 등 기간통신사업자들도 “현재는 평생번호인 ‘050’ 등을 해외 가입자에 부여한 사례가 없지만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국내 인터넷전화 번호정책이 결정되면 고려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이와같은 변화에 대해 ITU 해당분과에서 활동해온 KT 신병권 부장은 “인터넷전화번호는 기존 PSTN전화보다 더 많은 위치 이동성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글로벌서비스번호를 부여하자는 이슈가 제기돼왔다”며 “현행 체제하에서 각국별로 인터넷전화 정책을 운영하자는 의견과의 사이에서 아직 결론은 내지 못했으나 유럽에서는 EU국가 내에서 통용되는 통합식별번호를 이용하는 등 번호의 국가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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