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슨-미리넷, VDSL 사업모델 `눈길`

 국내 VDSL시장의 양대 강호인 텔슨정보통신과 미리넷의 독특한 사업방식에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KT가 발주한 VDSL장비를 양분한 데 이어 최근 실시된 20Mbps급 장비입찰에서도 각각 100억원대의 공급권을 획득한 두 회사는 종전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업방식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동안 통신사업자 입찰에는 장비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는 원천제조업체와 이를 통신사업자에 공급하고 입찰관련 작업을 수행하는 장비제안업체 등 2개 회사가 짝을 지어 참여하는 것이 관례였다.

 대부분이 중소벤처기업인 장비업체로서는 통신사업자 입찰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영업인력이 부족한 만큼 오래 전부터 통신사업자 대상영업을 벌여온 전문 NI업체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모델은 장비 공급구조를 이중화함으로써 장비업체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텔슨정보통신은 장비제안사를 따로 두지 않고 직접 제안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가격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또다른 업체를 끌어들여 마진율을 낮추는 것은 회사에 이로울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지일 텔슨정보통신 사장은 “입찰에 직접 참가하는 것을 놓고 주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인 통신사업자에도 보다 양질의 유지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텔슨정보통신이 장비생산에서 제안까지 1인 2역을 하고 있다면 미리넷은 기존 관행을 따르면서 역할분담을 새롭게 한 것이 특징이다.

 미리넷은 VDSL전문업체인 코아커뮤니케이션과 함께 KT 입찰에 참여하고 있지만 단순히 제조업체-제안업체라는 등식을 따르지는 않았다. 미리넷은 코아커뮤니케이션과 초기 개발단계서부터 의견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개발된 장비의 제조 역할까지 수행함으로써 단순히 장비제안 역할에 머무르던 기존 제안업체의 틀을 넘어섰다.

 미리넷은 경쟁업체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이 사업모델을 통해 코아커뮤니케이션의 기술력에 자사의 기술 노하우와 생산능력을 결합, VDSL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코아커뮤니케이션 또한 소규모 벤처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생산부문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고 기술개발에 매진함으로써 경쟁업체보다 높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유광훈 미리넷 부사장은 “코아커뮤니케이션과의 파트너십 성과에 만족한다”며 “앞으로도 해당 분야에서는 이같은 협력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전체 네트워크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새로운 시도가 불황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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