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과 두루넷의 인수합병(M&A)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두루넷은 서울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데이콤(대표 박운서)은 3일 “두루넷의 자산인수(P&A)를 위한 최종 조건을 두루넷과 삼보컴퓨터측에 제시했으나 거부한 상태”라며 “이로 인해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두루넷도 “데이콤이 제시한 협상안은 두루넷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측면이 많아 일단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지난 1월 이후 재개해온 인수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또 자금여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온 후발 통신사업자 중 두루넷이 처음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관련기사 21면
◇왜 결렬됐나=자금여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두루넷의 경우 현재 56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에 대한 금융부담이 컸고, 이로 인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지난해 전용회선사업부문을 SK글로벌에 넘기고 본사 건물을 매각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합병의 대상인 데이콤의 자금여력이다. 지난해 말 파워콤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데이콤으로서는 5600억원에 달하는 두루넷의 차입금을 감당할 여력이 사실상 없다. 데이콤이 두루넷의 부채탕감을 산업은행측에 요구했다고 알려진 것이나 2000억원 규모의 신규대출을 신청했다는 얘기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두루넷 어떻게 되나=두루넷은 일단 법정관리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길 원하고 있다. 차입금 5600억원과 미지급금 등 6000억원이 넘는 금융부담을 피하면 현재 영업상황에서는 정상화를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부담을 털어내고 나면 인수협상에서도 제값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독립적인 경영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모회사인 삼보컴퓨터 역시 두루넷의 금융부담이 줄어들면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루넷이 초고속인터넷 설치 및 애프터서비스 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때문이다. 하지만 두루넷이 장담하는 것처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데이콤 반응=예정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부담이 과중한 두루넷이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법정관리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사가 산은측에 제시한 인수조건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표정이다. 두루넷 인수를 확정지어 파워콤의 가입자망을 이용한 시너지 효과를 이용, 단숨에 초고속인터넷 3강은 물론 통신 3강의 진입을 결정짓겠다는 의도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콤은 이와 관련,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시간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밝혀 지속적인 추진의사를 내비쳤다.
◇전망=두루넷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상 법원은 조만간 법정관리를 받아들이거나 청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두루넷이 부채보다 자산이 많은 만큼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130만 가입자를 확보한 통신사업자를 청산할 경우 국민 피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두루넷은 법원이 파견한 법정관리인 체제하에서 경영정상화 조치를 취한 후 타사업자와 인수협상을 재개할 전망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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