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덕 정보통신지적재산협회장 직무대리 sdjang@itipa.org
한때 우리는 국제화 또는 세계화를 경쟁력의 지표로 거론하였다. 그러다가 우리가 인터넷의 발달에 빨리 적응하고 선진국보다 인터넷과 정보기기 보급률이 높다는 것에 자만하여 많이 국제화되었고, 어느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속고 넘어가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인터넷의 기술적인 측면에 숙달되고 생활화하는 데에는 실로 대단한 속도로 우리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과연 이에 상응하는 판단수준과 IT문화의 성숙된 환경을 함께 키우고 있는가가 문제다. 무절제와 방종이 범람하는 IT와 인터넷 사용은 오히려 우리의 장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문화적이며 의식적인 세계화가 동반되지 않은 기술문명 위주의 발달은 온갖 사회악과 부조리를 파생시키고 오히려 삶의 질을 타락시킬지도 모른다. 분명히 IT와 인터넷이 만능은 아니다.
개혁과 진보를 지향하는 대국적 흐름에서도 빨리빨리만 이뤄낼 수 없는 도덕적 표준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흔들리지 않아야 예측 가능한 사회, 공정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은 지금 격변하는 IT세상에 맹목적으로 내닫지 않고 이 문명의 성숙된 수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인프라를 조율하는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지금이 IT문화의 성숙을 도모할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프라이버시와 정보보안 문제, 음란물 통제 문제 등 문명으로 인하여 문화적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 단순히 문명의 이기를 잘 다룬다고 국제화되고 선진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발전에 상응하는 의식구조의 순화적인 적응이 따라야 성숙되고 균형잡힌 문화시민이 되는 것이다.
의식구조와 행동양식이 모두 타의 모범이 되는 국민이어야 비로소 국제화된 선진국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암전문병원인 ‘희망의도시(City of Hope)’의 장미꽃 정원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다.
“육신을 치료하는 과정에 있어서 만일 영혼을 다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아니함만 못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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