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비디오 `맞수`가 있다

 1, 2월 비디오·DVD시장의 대작기근 현상이 3월에도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다. 11∼12월 개봉된 영화 가운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반지의 제왕2, 해리포터2의 비디오 출시가 4월 이후로 미뤄진 만큼 3월 역시 중급 작품들을 위주로 출시일정이 잡혀있기 때문. 그러나 대작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장르별로 볼만한 작품이 2, 3개씩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또 하나의 비결! 엇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두 개 골라 비교해 음미하는 것. 3월 출시되는 비디오·DVD 가운데 영화대 영화로 필적한 만한 라이벌 작품 2개씩을 골라봤다.

 

 ◇불량 코미디의 진수 ‘색즉시공 vs 품행제로’=지난해 12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의 공세속에서 찬란하게 살아남은 한국형 코미디 영화 두 편이 3월 비디오 시장을 휩쓸 전망이다. 색즉시공과 품행제로. 흥행에서는 색즉시공이 앞섰지만 작품성에서는 품행제로를 꼽는 팬들이 많다. 코미디이긴 하지만 색즉시공은 아예 대놓고 풍기문란을 앞세운 섹시코미디인 반면 품행제로는 추억을 자극하는 코드를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

 개성연기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임창정(색즉시공)과 류승범(품행제로)의 연기대결도 볼만하며 각각 주연여배우로 등장한 하지원과 공효진의 톡톡튀는 매력도 비교할 만하다.

 색즉시공은 군대 제대 후 늦깎이 신입생이 된 은식이 교내 퀸카인 은효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섹스 에피소드가 확실한 양념 역할을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음직한 성적 욕구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이 압권이다. 재미는 확실히 있으나 보고나면 찜찜하다는 반응도 상당수.

 2월 비디오에 이어 3월 DVD타이틀로 출시되는 품행제로는 롤러 스케이트장 등 8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을 배경으로 문덕고의 짱인 중필과 그가 사랑하는 모범생 민희, 중필을 짝사랑하는 공주파 나영의 삼각관계가 재미나게 펼쳐진다.

 

 ◇벼락부자가 그렇게 좋아? ‘스몰타임… vs 웰컴 투…’=로또복권 열풍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돈을 많이 갖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가. 부자가 되려고 은행을 털거나 카지노를 터는 것은 여전히 인기있는 영화 테마들이다. 여기 두 작품이 있다. ‘스몰타임 크룩스’와 ‘웰컴 투 콜린우드’. 우디 앨런식의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스토리와 조니 클루니식의 유쾌한 소동이라는 것이 차이가 있지만 벼락부자를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

 스몰타임 크룩스는 우디 앨런이 각본과 감독,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전과자인 접시닦이와 그의 아내인 매니큐어 분장사의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은행을 털어 일확천금을 거머쥐려는 두 부부의 계획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점점 꼬여간다. 돈을 얻으면 다른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나오기도 하고 돈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의 위선을 꼬집기도 한다. 휴 그랜트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조니 클루니는 돈터는 전문가로 변신할 셈인가. 오션스 일레븐에서 수천만달러의 카지노를 턴 경험이 있는 조지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웰컴 투 콜린우드에서 역시 두번째 돈털이를 노린다. 그러나 규모는 턱없이 작다. 겨우 30만달러. 한탕을 노리지만 늘 허탕만 치는 코지모는 감옥에서 종신형을 받은 동료에게서 뜻밖의 정보를 얻는다. 바로 체스터가에 있는 옛날 벽돌건물에 30만달러 금고가 있다는 것. 코지모는 애인 로잘린을 불러 침대 밑에 숨겨둔 1만5000달러로 대신 덮어쓸 놈을 구해오라고 하지만 대신 옥살이를 해줄 사람이 없다. 이리저리 말이 흘러가다 금고의 비밀은 급기야 콜린우드의 오합지졸 일당에게 대부분 알려지고야 만다. 30만달러는 누구의 영광이 될 것인가.

 

 ◇등골이 오싹 ‘큐브2 vs 검은 물…’=‘큐브2’와 ‘검은 물 밑에서’의 공포 대결도 견줄만하다. 큐브2가 고도로 첨단화된 기계화의 공포를 담았다면 검은 물 밑에서의 공포는 다소 고전적이다. 큐브2는 전작의 아날로그 방식의 킬링 스타일이 아닌 한층 업그레이드된 부비트랩들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큐브 음모를 알아차릴 수 있는 5개의 단서는 멈추면 안된다, 시간의 개념을 잊어버릴 것, 마지막까지 큐브의 움직임을 관찰할 것, 큐브 8인이 각각 무엇을 했는지 파악할 것, 60659 숫자를 끝까지 기억할 것이다. 이 룰에 따라 영화를 관람해보라. 색다른 묘미가 느껴질 것이다. 마지막은 큐브1보다 더 허탈하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런 류의 하이테크 공포를 즐긴다면 강력 추천할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검은 물 밑에서는 일본 작품. 마츠바라 요시미는 이혼 후 다섯살 된 딸아이 이쿠코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법정소송중이다. 비오는 어느날 오후, 두 모녀는 새집을 구하기 위해 강가에 인접한 낡고 허름한 콘크리트 아파트를 찾아온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바닥엔 물이 고여있고, 가만히 다가오는 누군가의 손길에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버려도 자꾸 되돌아오는 주인 없는 빨간 가방, 천장을 적셔오는 검은 물 자국, 윗층에서 쿵쿵대는 발자국 소리…. 그러나 윗층 405호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어린 시절이 그립다 ‘이웃집… vs 타잔과 …’=3월에 출시되는 애니메이션으로는 ‘이웃집 토토로’와 ‘타잔과 제인’이 있다. 타잔과 제인이 애니메이션 명작인 이웃집 토토로에 견줄 수준은 아니지만 두 작품 모두 어린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코드가 있는 것은 동일하다.

 이웃집 토토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 작품.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번 DVD 출시는 마니아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상냥하고 의젓한 11살의 소녀 사츠키와 장난꾸러기에 호기심 많은 4살박이 메이는 사이좋은 자매. 둘에게는 도쿄에서 대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자상한 아버지와 지금은 입원중이지만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의 병세가 호전되자 자매는 아버지를 따라 어머니가 퇴원 후 요양할 수 있는 한적한 시골로 이사한다. 학교에 다니는 언니 때문에 항상 혼자인 메이는 어느날 신기하게 생긴 작은 동물을 쫓아 숲 속을 헤매다가 도토리 나무의 요정인 ‘토토로’를 만난다.

 비디오와 DVD로 출시되는 타잔과 제인은 1999년에 발표된 월트 디즈니의 38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타잔의 후속편. 제인이 타잔과의 결혼 1주년 기념일을 맞이해 타잔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면서 지난 1년 동안 벌어졌던 정글 생활의 에피소드를 다룬 것이 주내용이다. DVD시장을 타깃으로 한 만큼 다양한 스페셜 피처가 포함돼 있다.

 포터 교수의 안내로 원하는 재료를 클릭해서 정글 속 나무집을 만들어 나가는 나무집 만들기 게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타잔과 제인의 정글속 모험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타잔과 제인의 어드벤처 등이 수록됐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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