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USA투데이(http://www.usatoday.com)가 미국 283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1500개 기업들이 지난해 R&D 예산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기술 기업들의 R&D 예산은 증가한 반면 기술 기업들의 예산은 감소해 차세대 정보기술(IT) 제품 개발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기술 기업들의 R&D 예산은 2001년 1070억달러에서 지난해 1100억달러로 증가했다. 반면 기술 기업들의 R&D 예산은 2% 감소한 1980억달러였다. 특히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 기업들의 R&D 예산은 평균 9%나 줄었다.
이에 따라 트랜지스터·레이저·PC 등 기본 IT분야뿐 아니라 신형 휴대폰 등 차세대 IT제품 개발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체들이 R&D 예산을 삭감한 가장 큰 이유는 실제 보유한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특히 최근 몇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은 통신장비 업계에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 매출액 대비 12%의 금액을 핵심 연구소인 벨연구소에 지원해온 통신장비 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작년 회사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이를 10억달러 이상 삭감했다. 에릭슨·노텔·알카텔·모토로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심지어 이익을 낸 시스코시스템스조차도 3억7600만달러의 R&D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업체들은 제품라인을 축소하고 있다. 무선부문 4개 표준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던 에릭슨은 지난해 이를 2개로 줄였다. 모토로라는 R&D 예산을 5억6400만달러 줄이면서 일부 생산설비를 매각하기도 했다.
반면 인텔이나 혼다자동차·존슨앤드존슨 등은 R&D 예산을 2001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는 시장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인텔은 지난해 R&D 예산을 2001년에 비해 2억3800만달러 늘렸다.
그러나 기업들의 R&D 예산감축세는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배틀레의 애널리스트 줄리스 듀가는 “장기적인 추세는 아니다”라면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R&D 투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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