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 `두루넷 인수` 産銀 손에

 데이콤이 두루넷의 대주주인 삼보컴퓨터와 벌이고 있는 자산인수(P&A) 협상의 공이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24일 두루넷의 인수협상과 관련, 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두루넷·채권은행측과 P&A 협상을 벌여왔으나 상호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일단 데이콤으로서는 인수에 필요한 조건을 채권단측에 제시한 상태”라고 말해 두루넷의 인수협상 결과가 채권단에 달려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발언은 두루넷의 자산인 가입자만을 인수한다는 것이 데이콤의 입장이기 때문에 부채승계 혹은 부채탕감에 대한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결단에 따라 인수협상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데이콤측의 이같은 입장은 그동안 두 차례의 실사를 통해 두루넷의 부채가 7000억∼8000억원에 이른다는 점과 혹시 있을지 모를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 가입자 수의 허수에 대한 부담 등을 털어내고 자산인 순수가입자만을 인수해 자사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대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데이콤은 이같은 전략아래 지난 19일 기업실사를 마무리하고 자산인수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데이콤과 산업은행은 이같은 안을 바탕으로 협상을 벌여 오는 27일까지 마무리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내 이번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새 정부가 25일 출범하고 나면 내각 수반이 바뀌고 이에 따른 입장정리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분매각·부채와 관련된 문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정부와 관련된 문제이고 이에 따른 협상은 이른 시간내에 결론이 날 사안이 아니다. 나아가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이 된다하더라도 민간기업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3월 이후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콤 관계자는 “데이콤 입장에서는 사실 두루넷 인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문제는 두루넷이나 모회사인 삼보컴퓨터가 시급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데이콤으로서는 그동안 파워콤 인수에 대규모 자금이 소요됐고 두루넷까지 인수하는 데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산업은행측이 통신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믿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데이콤은 그러나 이같은 안에 대해 산업은행측이 27일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3월 이후 지속적인 P&A 협상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가입자망을 기반으로 한 초고속인터넷사업의 활성화와 통신3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루넷의 고객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협상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