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특허료 징수 소송에 휘말려 낭패를 보는 기업들이 적지않다. 국제적인 라이선스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이다.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대기업은 물론 상대적으로 인적자원이 빈약한 중소기업이나 업력이 짧은 벤처기업의 경우 그같은 위험이 더욱 크다. 국제적인 라이선스 정책에 잘못 대응하면 거액의 특허료를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잘못하다간 사업 자체를 영위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보통신의 기술이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기업의 국제 라이선스에 대한 대응전략은 이제 어느 경영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들어 해외 선진업체들이 차세대 핵심기술을 서로 묶어 공동으로 라이선스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보가전분야에서 지난 97년에 MPEG2 핵심기술을 보유한 8개 업체들이 MPEGLA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들어 IEEE1394 특허 보유권자들이 대리기관인 1394LA를, 유럽식 디지털 지상방송 규격인 DVB-T 방식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DVB-TLA를, MPEG4 오디오 라이선스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비아(VIA)를 잇따라 결성했다고 한다. 통신분야에선 3세대(3G) 비동기식에서 3GPP, 동기식에서 3GPP2가 각각 결성돼 공동규격을 제정중에 있다. 이들 모임은 앞으로 제품을 상용화하는 기업들에 대해서 공동으로 특허료를 징수하기로 했다. 이른바 특허 풀(pool)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은 엄청난 시장이나 로열티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역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업체들 가운데 공동 라이선스 전략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삼성전자와 팬택&큐리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MPEG2·MPEG4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통신분야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GPP와 3GPP2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외국 선진업체들이 특허 풀 구성과 공동규격 제정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대응력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MPEG4·IEEE1394·3G 등 신기술 제품을 상용화하는 우리 업체들은 일정금액을 특허 사용료로 내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특히 MPEG4·IEEE1394·3G 기술이 정보가전과 통신제품 개발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해외 선진업체들의 공동 라이선스 전략 구사에 대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로서 우리가 할 일은 시의적절한 대응 말고 별다른 방법이 없다. 물론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기업들이 신기술과 관련된 특허 풀 구성과 공동규격 제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특히 외국 선진업체들의 특허 풀 구성과 공동규격 제정에 대한 정보수집과 지재권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을 위한 협상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동규격 제정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도 업계 공동의 이익을 고려해 독자적인 참여보다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관련 기업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의 신기술 관련 특허 풀 구성과 공동규격 제정이 국익 차원에서 검토되길 기대해본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2
단독개인사업자 'CEO보험' 가입 못한다…생보사, 줄줄이 판매중지
-
3
LG엔솔, 차세대 원통형 연구 '46셀 개발팀'으로 명명
-
4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5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6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7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8
페루 700년 전 어린이 76명 매장… “밭 비옥하게 하려고”
-
9
127큐비트 IBM 양자컴퓨터, 연세대서 국내 첫 가동
-
10
'슈퍼컴퓨터 톱500' 한국 보유수 기준 8위, 성능 10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