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이남기)가 최근 제정한 ‘소비자보호지침’을 놓고 당초 취지와는 달리 원론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높다. 공정위는 17일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지침을 제정하고 학계·법조계·사업자와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18일 한국소비자보호원 세미나실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본지 2002년 12월 18일자 31면 참조
공정위는 이번 지침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소비자 권익을 보장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제정을 추진해 왔다. 따라서 소비자 단체 등에서는 법률이나 다른 법 조항에서 규정하는 내용을 보다 구체화해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침 내용이 이미 마련된 상위 법률이나 정통부에서 제정한 ‘인터넷쇼핑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수준을 넘지 못해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지침에서는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사업자의 금지 행위, 사업자 거래 보존 방법, 스팸 금지 방식, 개인정보보호, 사이버몰 피해구제 방법과 관련해 포괄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스팸 광고와 관련해 지침에서는 공정위가 운영하는 소비자의 수신 거부의사 등록 사이트를 통해 구매 거부의사를 밝힐 수 있으며 거부의사를 밝힌 소비자에 대해서는 스팸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미 정통부에서는 스팸메일 신고센터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소년에 대한 법정대리의 동의확인 항목 역시 이미 앞서 개정한 정통부의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가이드라인에서는 법정대리의 구체적인 동의획득 방법을 제시토록 명문화한 데 반해 이번 지침에서는 단순히 전자우편이나 휴대폰 메시지로 동의와 관련한 사실을 통지토록 해 각론 수준의 지침이기보다는 총론 수준의 법률안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서도 총론 수준에 머물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정통부의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내용보다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지침에서는 단순히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본인에게 사실을 통지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데 반해 가이드라인에서는 자체적인 사내 개인정보 업무 처리 규정을 수립토록 하고 상품배송 완료, 회원 탈퇴 등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달성했을 때 지체없이 개인정보를 파기토록 하고 있다.
소비자보호단체측은 “이번에 공정위가 마련한 소비자보호지침이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세부지침이기보다는 이미 앞서 제정된 법률에서 규정한 내용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보다 현실적이며 실제적인 지침보완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18일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초에 소비자보호지침을 최종 확정키로 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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