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표준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WIPI)전략’이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다. 국내외적으로 걱정거리가 적지 않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정부가 위피를 표준 인터넷 플랫폼으로 채택, 휴대폰 서비스업체들로 하여금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나 사업자간 이해가 엇갈려 실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위피가 자사의 모바일 표준인 MIDP 라이선스를 침해했다며 본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위한 기초 자료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까지 나서 한국정부가 위피를 표준 인터넷 플랫폼으로 개발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상 기술장벽 협정에 언급된 기술적 규제에 해당한다며 위피개발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정통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들로 구성된 협상단을 미국에 파견해 USTR측과 위피를 포함한 표준에 대해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 물론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정부가 위피를 독자 표준으로 해 세계시장을 주도하겠다던 당초 계획보다 한걸음 물러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피를 포기하지 않되 표준의무화를 배제하면서 선과 제휴를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재고돼야 할 일이다.
무선인터넷 플랫폼이란 컴퓨터의 운용체계(OS)처럼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받기 위한 기본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휴대폰 서비스업체들은 현재 각기 다른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GVM 및 SKVM이란 플랫폼을, KTF는 미국에서 들여온 브루(BREW)를, LG텔레콤은 K-VM을 각각 쓰고 있다. 이처럼 각 업체들이 서로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겪는 불편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무선인터넷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CP)들은 한 상품을 개발한 뒤 3사의 플랫폼에 맞게 세 가지를 다시 제작해야 하고 휴대폰 사용자들도 다른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불편을 겪고 있다.
정통부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피를 국가표준으로 채택, 휴대폰 서비스업체들이 의무적으로 이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무선인터넷시장의 공정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콘텐츠공급업체 및 단말기업체들의 중복투자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 준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위피전략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라이선스 침해분쟁이 하루빨리 해결되고 USTR와의 문제도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에 미국에 파견된 협상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상과 관련된 외교는 우호가 우선인 일반외교와 달라서 자국의 이익을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따라서 현재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통상관계자들은 전문적 지식과 고도의 전략을 내세워 우리나라에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각사의 플랫폼을 고집하고 있는 휴대폰 서비스업체들을 설득, 업계 공동의 이익을 위해 위피를 표준플랫폼으로 채택할 수 있는 여견을 만들어가는 일도 게을리해서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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